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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명상 신드롬
명상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기술

실리콘밸리 건물마다 명상실 두고 스트레스 관리
구글, 직장 내 명상교육 프로그램 따로 마련
美 모든 초등학교에 명상클래스 도입 움직임도
원주 뮤지엄 산 명상관
“50여 명의 20~35세 백인 남자들이 세계 20억 명의 사고를 좌우하고 있다.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

구글의 전 윤리 디자이너이자 ‘실리콘밸리의 양심’으로 불리는 트리스탄 해리스의 말이다. 실리콘밸리는 10여 년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더 중독시킬까’를 연구해왔다.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이 그렇게 성장했다. 몇 년 전부터 실리콘밸리에선 반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디지털 디톡스’를 외치는 사람이 많아졌고, 디지털 기기마다 덜 중독되도록 하는 장치를 설계하는 문화도 생겼다. 마음챙김 명상은 이런 움직임의 중심에 있다. 기업들은 회사 건물마다 명상실을 따로 둔다. 미국의 모든 초등학교에 명상 클래스를 도입하자는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명상의 도시가 된 이유

실리콘밸리가 명상의 도시가 된 이유는 또 있다. 업무 강도 및 스트레스도 다른 지역 기업보다 강한 편이다. 테슬라는 성과를 못 내면 바로 회사에서 내보내는 곳으로 악명이 높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슈퍼스타가 아니면 회사에서 당장 두둑한 퇴직금을 주고 내보내는 게 조직에 이롭다”고 말한다.

구글은 직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일찌감치 직장 내 명상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수강생이 5000명을 넘자 2012년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독립시켰다. 로렌 위트 구글 사내 복지책임자는 “직원들의 정신 건강을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에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클래스를 구성해 진행하는 버추얼 명상과 ‘G-포즈’라고 불리는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도 있다.

디지털로 진화하는 마음챙김

전통적 명상이 고대의 지혜였다면, 요즘 명상은 디지털 기술을 만나 저변이 넓어졌다. 미국에서 모바일 명상 앱은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된 3월부터 8월까지 약 230만 건 다운로드됐다. 1년 전보다 325% 급증했다.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Juste’라는 명상 앱은 특히 20~40대의 다운로드가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한국도 비슷하다. 한국에서 많이 활용되는 명상 앱은 국내 서비스인 ‘마보’ ‘코끼리’와 해외 서비스인 ‘캄’이다.

셋 다 종교적 색채를 지우고 과학적으로 설계된 ‘마음챙김 명상’을 지향한다. 마보에서는 화났을 때, 우울할 때, 마음이 너무 분주할 때 등 다양한 기분에 맞는 명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혜민스님이 제작한 명상 앱 코끼리도 경제적으로 힘든 나를 위한 명상, 자기 비하를 멈추는 수호신 명상 등이 있다. 캄은 ‘굿나잇 스토리’라는 수면을 돕는 콘텐츠를 통해 동화 등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튜브로도 ‘디지털 명상’이 가능하다. ‘마인드풀TV’ ‘명상하는그녀’ ‘HigherSelfKorea(하이어셀프코리아)’ ‘귓전명상 채환TV’ 등이 인기 유튜브 채널들이다.

실리콘밸리=김재후 특파원/김남영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