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이 소리 허다 죽어야제” 심청가 완창 나선 명창 김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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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 후 첫 공연"소리꾼은 평생 소리하다 죽어야죠. 완창이 육체적으로 힘들 긴 하죠. 근데 암시랑토 안혀요(아무렇지 않아)"
24일 국립극장에서 4시간 동안 열창
50년 넘게 소리를 해 온 명창 김영자가 '심청가' 완창에 나선다. 24일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김영자의 심청가-강산제' 공연을 통해서다. 지난 9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심청가' 보유자로 인정받은 후 펼치는 첫 완창 무대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고법' 보유자인 김청만 고수와 그의 제자 조용수 고수가 북채를 잡고 무대에 함께 오른다. 유영대 고려대 한국학 교수가 해설과 진행을 맡는다.
김영자 명창은 1985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부 장원으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뛰어난 소리 기량을 인정받아 1987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수궁가’ 전수교육조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는 심청가로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아버지가 매일같이 축음기로 판소리를 들어 저도 익숙했었죠. 소리꾼이 된다고 했는데 '고생하고 인정받을 게 뻔하다'고 반대했죠. 그런데 1960년 즈음 돌아가시 직전에 '소리가 정말 하고 싶으냐'라 물으셨어요. 어린 맘에 하고 싶다 말하니 '인자 정권진 선생을 찾아가라'라 말씀하셨죠"
김영자는 정 명창이 타계한 후 김소희, 김준섭, 박봉술, 성우향 등 기라성 같은 스승을 만나 판소리 다섯 바탕(심청가·수궁가·춘향가·적벽가·흥부가)을 배웠다.
"선생님들에게 많이 배웠죠. 판소리 하나에만 머물 수도 있었는데 다섯 바탕을 두루 거치고 또 토막소리도 배워 극을 하는 데도 도움됐죠. 이번 공연에서도 혼신을 다해 창을 쏟아낼 겁니다"
그가 부를 심청가는 다섯 바탕 중에서도 완창하기 까다로운 작품이다. 비극적인 대목이 4시간 가까이 이어져서다. "가사 전체에서 해학적인 대목이 몇 개 없어요. 뻉덕어멈이 나오거나 방아찧는 장면 뿐이죠. 4시간 가까이 울고불고 하다보니 감정적으로 힘들어요"
제자들도 많았지만 70세 노구를 끌고 무대에 나선 까닭은 뭐였을까. 김 명창은 '프로 정신'을 이야기했다. "보유자로 인정받고 국립극장에서 부르는 데 힘들다고 거절하면 그게 소리꾼인가요. 나이엔 장사 없다지만 극복해야죠. 관객들 입에서 '김영자 아직 살아있구만' 이런 말이 나오게 할겁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