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올해 IPO 히트 친 기업들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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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상장을 눈 앞에 둔 기업의 경영진이 가장 신경쓰는 것 중의 하나가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요 예측이다. 이 예측 결과에 따라 주식 공모가격이 정해진다. 기대만큼 흥행이 되지 않으면 공모가격도 낮게 형성되고, 최악의 경우 아예 공모를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올해 증시 상장을 앞두고 수요 예측을 진행한 49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경쟁률이 높았던 기업들에선 크게 세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① 2차전지 등 최근 증시에서 각광받은 테마에 속하거나 ② 삼성·LG 등 대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거나 ③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하는 성장기에 본격 진입한 기업이란 점이다. 간혹 예외는 있지만 기관투자가는 이 세 가지 특징 중에 하나 이상을 가진 기업을 선호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공모주에 투자하는 기관은 대부분 바로 차익 실현을 원하는 단기 투자자”라며 “철저한 분석을 하지 않아도 쉽게 투자 매력을 알 수 있는 기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테마가 좋으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
올해 기업공개(IPO) 기업 중엔 유난히 2차전지 관련주가 많았다. 전기차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면서 2차전지주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제2의 에코프로비엠’, ‘제2의 천보’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2차전지 테마로 신규 상장하는 기업은 수요 예측에서부터 인기를 누렸다. 2차전지 제조장비 업체인 티에스아이는 지난 7월 수요 예측에서 128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기관은 135만9000주의 공모주를 가져갈 수 있었는데, 신청 수량이 17억4458만7000주에 달했다. 이엔드디(1169대 1), 비나텍(1098대 1), 에이프로(1091대 1)도 2차전지 관련주로 분류되면서 높은 수요 예측 경쟁률을 기록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도 IPO 시장에서 인기 테마였다. 빅데이터 분석에 AI를 접목한 바이브컴퍼니(옛 다음소프트)는 수요 예측 경쟁률이 1221대 1이었다. 위세아이텍도 AI와 빅데이터를 앞세워 11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내외 대기업이 고객사면 믿음직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는 수요 예측 경쟁률 1373대 1로 카카오게임즈(1479대 1)에 이어 올해 상장 기업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이 회사는 화장품·미용기기 등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는 업체로 아모레퍼시픽, LG전자, 카버코리아, 로레알, 시세이도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렇게 국내외 대기업을 고객으로 둔 회사들은 IPO 과정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일 뿐 아니라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염 물질 모니터링 장비를 만드는 위드텍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마이크론 등을 고객으로 둔 덕분에 1334대 1이란 높은 경쟁률로 수요 예측에 흥행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업체인 신도기연(1273대 1)은 BOE 등 중국 4대 디스플레이 업체를, 스마트폰용 3D 커버 글라스 업체인 제이앤티씨(1078대 1)는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두면서 인기를 끌었다.◆기관 눈길 사로잡는 실적 개선 기업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한 기업도 수요 예측 경쟁률이 높았다. 보통 핫한 테마에 속하거나 대기업을 고객으로 둔 기업들이 실적 개선 속도가 빨랐지만, 그 외 기업도 실적이 좋으면 충분히 기관 투자가들의 눈길을 끌 수 있었다.
이루다는 레이저와 고주파를 이용한 피부미용 의료기기 업체다. 수요 예측 경쟁률이 1317대에 달했다. 올해 상장 기업 중 네 번째다. 2016년 103억원이던 매출이 2017년 133억원, 2018년 178억원, 2019년 214억원으로 가파르고 늘어난 덕분이다. 영업이익도 2016년 2억원에서 2019년 35억원으로 급증했다.
제약회사 한국파마도 신약 개발 회사가 아니지만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129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국파마 매출은 2017년 560억원에서 2019년 661억원으로 매년 늘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5억원에서 55억원으로 두 배가 됐다.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ERP) 업체인 영원소프트랩(1269대 1), 자외선(UV) 발광다이오드(LED) 업체 서울바이오시스(1119대 1), 소셜카지노 게임업체 미투젠(1115대 1) 등도 탄탄한 실적 성장세가 수요 예측 흥행으로 이어졌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이 올해 증시 상장을 앞두고 수요 예측을 진행한 49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경쟁률이 높았던 기업들에선 크게 세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① 2차전지 등 최근 증시에서 각광받은 테마에 속하거나 ② 삼성·LG 등 대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거나 ③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하는 성장기에 본격 진입한 기업이란 점이다. 간혹 예외는 있지만 기관투자가는 이 세 가지 특징 중에 하나 이상을 가진 기업을 선호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공모주에 투자하는 기관은 대부분 바로 차익 실현을 원하는 단기 투자자”라며 “철저한 분석을 하지 않아도 쉽게 투자 매력을 알 수 있는 기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테마가 좋으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
올해 기업공개(IPO) 기업 중엔 유난히 2차전지 관련주가 많았다. 전기차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면서 2차전지주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제2의 에코프로비엠’, ‘제2의 천보’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2차전지 테마로 신규 상장하는 기업은 수요 예측에서부터 인기를 누렸다. 2차전지 제조장비 업체인 티에스아이는 지난 7월 수요 예측에서 128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기관은 135만9000주의 공모주를 가져갈 수 있었는데, 신청 수량이 17억4458만7000주에 달했다. 이엔드디(1169대 1), 비나텍(1098대 1), 에이프로(1091대 1)도 2차전지 관련주로 분류되면서 높은 수요 예측 경쟁률을 기록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도 IPO 시장에서 인기 테마였다. 빅데이터 분석에 AI를 접목한 바이브컴퍼니(옛 다음소프트)는 수요 예측 경쟁률이 1221대 1이었다. 위세아이텍도 AI와 빅데이터를 앞세워 11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내외 대기업이 고객사면 믿음직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는 수요 예측 경쟁률 1373대 1로 카카오게임즈(1479대 1)에 이어 올해 상장 기업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이 회사는 화장품·미용기기 등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는 업체로 아모레퍼시픽, LG전자, 카버코리아, 로레알, 시세이도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렇게 국내외 대기업을 고객으로 둔 회사들은 IPO 과정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일 뿐 아니라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염 물질 모니터링 장비를 만드는 위드텍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마이크론 등을 고객으로 둔 덕분에 1334대 1이란 높은 경쟁률로 수요 예측에 흥행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업체인 신도기연(1273대 1)은 BOE 등 중국 4대 디스플레이 업체를, 스마트폰용 3D 커버 글라스 업체인 제이앤티씨(1078대 1)는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두면서 인기를 끌었다.◆기관 눈길 사로잡는 실적 개선 기업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한 기업도 수요 예측 경쟁률이 높았다. 보통 핫한 테마에 속하거나 대기업을 고객으로 둔 기업들이 실적 개선 속도가 빨랐지만, 그 외 기업도 실적이 좋으면 충분히 기관 투자가들의 눈길을 끌 수 있었다.
이루다는 레이저와 고주파를 이용한 피부미용 의료기기 업체다. 수요 예측 경쟁률이 1317대에 달했다. 올해 상장 기업 중 네 번째다. 2016년 103억원이던 매출이 2017년 133억원, 2018년 178억원, 2019년 214억원으로 가파르고 늘어난 덕분이다. 영업이익도 2016년 2억원에서 2019년 35억원으로 급증했다.
제약회사 한국파마도 신약 개발 회사가 아니지만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129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국파마 매출은 2017년 560억원에서 2019년 661억원으로 매년 늘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5억원에서 55억원으로 두 배가 됐다.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ERP) 업체인 영원소프트랩(1269대 1), 자외선(UV) 발광다이오드(LED) 업체 서울바이오시스(1119대 1), 소셜카지노 게임업체 미투젠(1115대 1) 등도 탄탄한 실적 성장세가 수요 예측 흥행으로 이어졌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