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팬데믹이 촉발한 교육환경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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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모여서 수업을 진행하는 우리나라의 학교는 감염병이 확산되고 있는 시기에 극단적인 등교의 제한과 재택수업을 병행하면서 새로운 방식에 의한 타의적인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도 새로운 환경에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온라인 비대면 수업은 생소한 것이라 매주 학사일정을 소화하는 일이 상당히 버겁다고 한다. 이러닝을 전문으로 하는 교육기관이 아니라면 이런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자료가 마땅히 구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료만의 문제라면 초기의 1년 정도만 지나면 마스크 공급 문제가 해결되듯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인터넷이 확장되면서 해외의 대학들은 세계적인 대학으로 브랜딩하기 위해서 강좌를 누구라도 들을 수 있도록 개방하는 추세다. 학위를 받으려면 비용을 내야 하지만 그냥 듣고 공부만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가능하다. 더 나아가서 일부 유명 강사들은 경쟁적으로 유튜브에서 공개 강의를 하기도 한다. IT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배움의 현장은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서고 있는 중이다. 인공지능이 구현된 강의라면 배우는 입장을 최대한 파악해서 수준에 맞는 설명을 제공할 것이다. 최근에 “배움의 발견(원제: Educated, Tara Westover, 2018)”이라는 다소 두꺼운 책을 접했다. 저자의 일대기인데 지독한 몰몬교 부모 아래서 공교육을 거부당하고 부모로부터만 교육을 받으며 노동을 병행하는 자급자족하는 삶을 강요당한 사례였다. 형설지공의 노력으로 검정고시를 치르고 하버드 경험과 영국의 케임브릿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기까지의 여정이 그려져 있다. 특수한 사례이니 책으로 나왔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경우가 한국에서도 가능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정부와 대학은 열린 마음으로 학생을 받아주었고 소질을 개발하도록 도와주었다. 무일푼에 초등교육이 전무한 이런 학생이 박사가 된다는 것은 본인의 강한 의지와 열린 교육 시스템이 합쳐서 만들어낸 시너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등교로 시작해서 하교로 끝난다. 이런 틀을 이 기회에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코로나가 오래가든지 새로운 유행병이 생기든지 어차피 앞으로의 교육은 점점 더 비대면의 활성화에 대한 도전을 받을 것이다. 학교에 등교할 사람은 등교하고 집에서 방송으로 수업을 듣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하는 것이다. 학교가 정해 놓은 지침이 아니라 학생이나 가정의 상황에 따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작금의 상황에 원격교육이 시험대에 올랐으니 한술 더 뜨자는 것이다.
요즘 새로 나온 교육 기법 중에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이라는 개념이 있다. 기존 수업방식과는 반대로, 온라인을 통해 선행학습을 한 후 오프라인 강의에서는 토론과 심화학습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한 강의실에서 학생 수준별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경우에 수업 효과와 만족도가 상당히 개선돼 내용이 어려워서 포기하는 학생들이 줄었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물리적인 강사는 1명이지만 마치 1:1 맞춤 학습을 하는 느낌이 들것이다. 물론 모든 강의실은 충분한 IT와 통신 설비가 구비되어 있어야 하겠다. 교육제도의 가장 중요한 일정은 대학입시일 것이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는 수천 가지 조합이 넘는 입시제도를 앞에 두고 최적의 결정은 커녕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다. 부모도 4개의 보기 중에 정답을 찾는 객관식 교육을 받고 자랐는데 갑자기 정답이 없는 수천 개의 보기 중에 최적의 답을 찾으라고 하면 연필을 굴려서 찍기도 어려운 상황이 된다. 전국의 수험생과 대학의 학과를 수천 개의 조합을 이용해서 만족스럽게 연결하는 방법은 슈퍼컴퓨터를 써도 쉽지 않을 것이다. 통계 분석이든 빅데이터 분석이든 복잡한 것에는 항상 단순화의 열망이 뒤따르게 되어 있다. 복잡한 것은 보이지 않게 해서 컴퓨터가 처리하고, 당사자들은 최대한 단순한 프로세스로 입시를 치르는 방법이 공정성에도 기여하리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여건은 옛날과 비교해서 그다지 크게 바뀐 것 같지 않다. 교실의 구조가 구한말과 일제시대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4차산업의 시기이며 팬데믹의 출현으로 교육 인프라의 근본적인 부분도 바꿀 수 있는 계기는 충분하다. 학교의 교실은 기존의 모델에서 TV를 추가하는 방식이 아닌 전혀 다른 방송국 스타일로 바뀔 수도 있다. 요즘의 학생들은 IT 실력이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출중하다. 과제의 발표는 단상에 나가서 PT를 하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를 통한 방송으로 진행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4차산업의 효과를 제일 빨리 보는 방식으로의 교육은 그 자체로 재미도 있을 것 같다.
팬데믹이 우리의 교육에 대한 고정관념을 크게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그러한 변화의 요구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들은 이미 세상에 널려 있다. 또한 IT측면에서는 한국의 위상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으므로, 이 기회에 과감한 투자로 교실을 변신시키고 학교는 담을 헐어 세계의 학생을 원격으로 가르치는 유연함을 구비한다면 어떨까. 한국의 교육제도를 배우러 전세계의 대학 총장들과 교육부 장관들이 줄지어 방문하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김동철 < 유비케어 사외이사 >
인터넷이 확장되면서 해외의 대학들은 세계적인 대학으로 브랜딩하기 위해서 강좌를 누구라도 들을 수 있도록 개방하는 추세다. 학위를 받으려면 비용을 내야 하지만 그냥 듣고 공부만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가능하다. 더 나아가서 일부 유명 강사들은 경쟁적으로 유튜브에서 공개 강의를 하기도 한다. IT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배움의 현장은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서고 있는 중이다. 인공지능이 구현된 강의라면 배우는 입장을 최대한 파악해서 수준에 맞는 설명을 제공할 것이다. 최근에 “배움의 발견(원제: Educated, Tara Westover, 2018)”이라는 다소 두꺼운 책을 접했다. 저자의 일대기인데 지독한 몰몬교 부모 아래서 공교육을 거부당하고 부모로부터만 교육을 받으며 노동을 병행하는 자급자족하는 삶을 강요당한 사례였다. 형설지공의 노력으로 검정고시를 치르고 하버드 경험과 영국의 케임브릿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기까지의 여정이 그려져 있다. 특수한 사례이니 책으로 나왔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경우가 한국에서도 가능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정부와 대학은 열린 마음으로 학생을 받아주었고 소질을 개발하도록 도와주었다. 무일푼에 초등교육이 전무한 이런 학생이 박사가 된다는 것은 본인의 강한 의지와 열린 교육 시스템이 합쳐서 만들어낸 시너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등교로 시작해서 하교로 끝난다. 이런 틀을 이 기회에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코로나가 오래가든지 새로운 유행병이 생기든지 어차피 앞으로의 교육은 점점 더 비대면의 활성화에 대한 도전을 받을 것이다. 학교에 등교할 사람은 등교하고 집에서 방송으로 수업을 듣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하는 것이다. 학교가 정해 놓은 지침이 아니라 학생이나 가정의 상황에 따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작금의 상황에 원격교육이 시험대에 올랐으니 한술 더 뜨자는 것이다.
요즘 새로 나온 교육 기법 중에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이라는 개념이 있다. 기존 수업방식과는 반대로, 온라인을 통해 선행학습을 한 후 오프라인 강의에서는 토론과 심화학습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한 강의실에서 학생 수준별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경우에 수업 효과와 만족도가 상당히 개선돼 내용이 어려워서 포기하는 학생들이 줄었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물리적인 강사는 1명이지만 마치 1:1 맞춤 학습을 하는 느낌이 들것이다. 물론 모든 강의실은 충분한 IT와 통신 설비가 구비되어 있어야 하겠다. 교육제도의 가장 중요한 일정은 대학입시일 것이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는 수천 가지 조합이 넘는 입시제도를 앞에 두고 최적의 결정은 커녕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다. 부모도 4개의 보기 중에 정답을 찾는 객관식 교육을 받고 자랐는데 갑자기 정답이 없는 수천 개의 보기 중에 최적의 답을 찾으라고 하면 연필을 굴려서 찍기도 어려운 상황이 된다. 전국의 수험생과 대학의 학과를 수천 개의 조합을 이용해서 만족스럽게 연결하는 방법은 슈퍼컴퓨터를 써도 쉽지 않을 것이다. 통계 분석이든 빅데이터 분석이든 복잡한 것에는 항상 단순화의 열망이 뒤따르게 되어 있다. 복잡한 것은 보이지 않게 해서 컴퓨터가 처리하고, 당사자들은 최대한 단순한 프로세스로 입시를 치르는 방법이 공정성에도 기여하리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여건은 옛날과 비교해서 그다지 크게 바뀐 것 같지 않다. 교실의 구조가 구한말과 일제시대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4차산업의 시기이며 팬데믹의 출현으로 교육 인프라의 근본적인 부분도 바꿀 수 있는 계기는 충분하다. 학교의 교실은 기존의 모델에서 TV를 추가하는 방식이 아닌 전혀 다른 방송국 스타일로 바뀔 수도 있다. 요즘의 학생들은 IT 실력이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출중하다. 과제의 발표는 단상에 나가서 PT를 하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를 통한 방송으로 진행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4차산업의 효과를 제일 빨리 보는 방식으로의 교육은 그 자체로 재미도 있을 것 같다.
팬데믹이 우리의 교육에 대한 고정관념을 크게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그러한 변화의 요구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들은 이미 세상에 널려 있다. 또한 IT측면에서는 한국의 위상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으므로, 이 기회에 과감한 투자로 교실을 변신시키고 학교는 담을 헐어 세계의 학생을 원격으로 가르치는 유연함을 구비한다면 어떨까. 한국의 교육제도를 배우러 전세계의 대학 총장들과 교육부 장관들이 줄지어 방문하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김동철 < 유비케어 사외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