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비난'·송혜교 '찬사'…中, 입맛대로 한국 길들이기? [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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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굿즈 배송 중단"…中 당국 "사실아냐, 유언비어"
BTS 비난하고 송혜교 찬사…"중국이라는 정치적 지뢰"
"현재 BTS(방탄소년단) 굿즈 배송은 잠시 중단했습니다. 원인은 우리가 모두 아는 것......"지난 19일 중국 물류 5위 기업인 윈다(韻達)의 한국지사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통해 BTS 관련 제품의 운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문을 모른채 당황스럽다'는 의미를 담은 이모티콘과 함께 BTS 굿즈 배송 관련 문의가 많이 오고 있는 가운데 불가피하게 배송을 중단하게 됐다는 게시글을 올린 것입니다.
비슷한 시기 택배업체 중퉁(中通)도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BTS 논란의 영향으로, 해관총서(중국 세관)가 인쇄품과 인쇄 제작품 등에 대한 감독을 더욱 철저히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며 "사진속 택배들은 개봉돼 검사과정을 거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택배업체 위엔퉁(圓通) 역시 고객센터 채팅을 통해 "BTS 관련 제품을 중국으로 들여올 때 세관 검사에서 압수될 우려가 있다"며 "권유하지 않는다"고 안내했습니다.
"BTS 굿즈 배송 중단"…中 당국 "사실아냐, 유언비어"
24일 중국 웨이보에 따르면 이들 택배업체들의 BTS 굿즈 배송 중단 게시글은 캡처 형식으로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들 업체의 웨이보에서는 관련글이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 언론에서 이를 보도하며 논란 커진 이후 게시글은 삭제됐습니다.일각에서는 웨이보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노이즈 마케팅"을 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사실 여부는 확인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물류업체들이 해당 게시글을 올리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해관총서도 "유언비어로 사실이 아니"라고 했습니다.중국 외교부도 지난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세관을 비롯해 정부는 그런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중국은 공식적으로 '그런적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BTS가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지난 7일 BTS의 리더인 알엠(RM)의 수상 소감 때문입니다. 한미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밴 플리트 상'을 받으면서 그는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한미)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중국에서는 비난 여론이 쏟어졌습니다. 중국 정부는 6·25전쟁을 '애국주의 운동'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중국 누리꾼들의 비난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휠라 등이 방탄소년단 관련 광고를 부랴부랴 내리기도 했습니다.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한한령’(限韓令·한류수입제한령)이 발동되고 롯데가 퇴출되는 등 사드 트라우마가 아직 가시지 않은 것입니다.
BTS 비난하고 송혜교엔 찬사…입맛대로 한국 길들이기?
이런 가운데 중국이 6·25전쟁과 관련해 한국의 유명 연예인인 '송혜교'를 칭찬하기 시작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BTS 굿즈 배송 중단 이슈가 불거진 이후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2일 "한국 배우 송혜교가 20세기 일본과 싸운 한국인 영웅의 조형물을 중국 박물관에 기증해 팬들과 중국 대중의 박수를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송혜교는 청산리전투 승전 100주년을 맞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함께 중국 헤이룽장성 하이린시 한중우의공원에 김좌진 장군 대형 부조작품을 기증했습니다.그러면서 "송혜교의 기부에 대한 중국팬들의 반응은 이달 초 방탄소년단(BTS)이 한·미관계 관련한 상을 받은 뒤 한국전쟁 관련 발언을 한 것과 크게 대조된다"고 평가했습니다.해당 보도를 낸 글로벌타임스는 BTS에 대한 중국 내 비난 여론을 키웠던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 영문판입니다. 한국 여론을 의식해 국면 전환용 보도를 냈지만 사실상 역사 문제를 등에 업고 '한국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 진출 연예인, 더 나아가 기업에 이르기까지 중국 입맛에 맞지 않은 발언이나 행동을 한다면 중국 팬들이 등을 돌려 언제든지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로이터통신도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번 논란은 세계 제2위 경제 대국인 중국에서 대형 업체들 앞에 정치적 지뢰가 깔려 있다는 것을 보여준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피해를 입는 것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입니다. 중국 당국은 대외적으로 단 한 번도 한한령을 인정한 바 없습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중국은 14억 거대 내수 시장을 무기로 각종 이슈에 대해 유리한 방향으로 배짱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관측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의도한 대로 안도하는 등 섣부르게 움직이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이번 사태로 중국 아미들은 얼마나 떨어져 나갔을까요? 갈등이 불거진지 열흘이 지난 현재 소속사가 BTS 일정을 공지하는 'BTS_official' 계정 팔로워 수는 562만명에서 561만명(23일 기준)으로 감소한 숫자는 1만명에 불과합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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