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접종후 사망 48명…정부 "상호 인과성 낮아 접종 계속"(종합)

예방접종전문위 "접종중단 고려할 단계 아냐…안전수칙 강화해 지속"
정은경 "백신 불안감 송구…독감으로 매년 3천명 사망, 접종받아야"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한 사람이 48명으로 늘어났지만, 정부는 사망과 백신 접종 간의 직접적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접종을 일정대로 계속 진행키로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4일 독감백신 브리핑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질병청에 따르면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이날 오후 1시 기준 48명으로 집계돼 전날(36명)보다 12명 늘었다.

다만 이들의 사망과 백신 접종 간 인과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연령대를 보면 70대가 23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80대 이상 18명, 60대 미만 5명, 60대 2명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경남이 각 6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대구·전북·전남 각 5명, 경기·경북 각 4명, 충남 3명, 부산·인천·대전·강원 각 2명, 광주·제주 각 1명이다.

질병청은 최근 백신접종 후 사망자가 늘어나자 전날에 이어 이날 예방접종전문위원회 회의를 재차 열어 사망자들의 사인을 분석함과 동시에 백신 접종 대책을 논의했다. 예방접종전문위는 우선 1차로 사망자 26명에 대한 사인을 검토한 결과 접종과의 인과 관계가 매우 낮아 특정 백신을 재검정하거나 국가예방접종사업 중단을 고려할 단계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백신 접종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의심되는 사례가 없고, 같은 제조번호(로트번호) 제품을 맞고 사망한 사람 중 접종과의 인과관계가 확인된 사람도 없다는 것이 예방접종전문위의 설명이다.

실제 사망자 20명에 대한 부검 결과 이 중 13명의 사인은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으로 밝혀져 백신 접종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리핑에 배석한 김중곤 서울의대 명예교수는 "현재 '독감 예방접종을 해서 사망했다'고 인정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아직 예방접종을 중단하거나 보류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방접종전문위는 또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독감의 동시 유행까지 막으려면 예방접종이 중요하다면서 안전수칙을 강화해 접종 사업을 일정대로 지속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예방접종피해조사반도 전날 회의에서 같은 결론을 내고 질병청에 접종 사업을 지속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에 질병청은 2020∼2021년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을 일정대로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정 청장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은 당초 일정대로 추진하되 어르신 예방접종 시에는 (각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예진하고 예방접종을 한 뒤에는 이상 반응을 충분히 관찰하고 건강관리를 할 수 있게 사업을 추진하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정 청장은 그러면서 "인플루엔자 유행 수준이 예년보다 낮고, 유행 시기는 늦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으로 예방접종을 너무 서두르지 말고 건강 상태가 좋은 날에 예방접종을 받아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서 매년 3천여 명이 인플루엔자 감염과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인플루엔자 자체도 코로나19에 못지않게 위중한 감염병"이라면서 "세계보건기구(WHO)도 위험군에 대해 접종을 권고하는 만큼, 예방접종 대상자는 예방접종을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정 청장은 독감백신을 둘러싼 논란 자체에 대해서는 "백신 유통과 백색 입자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최근 중증 이상반응과 사망신고가 증가함에 따라 국민 불안감이 더 커진 점에 대해 방역당국의 당사자로서 매우 송구하다"면서 "신속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신속하게 규명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