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카페들 "커피는 기본, 밥도 팝니다"

사이드 메뉴로 수익성 높이기

반미 샌드위치·식사류 등 개발
"1인당 단가 높이기 안간힘"

개인 카페선 '커피 오마카세'
바리스타 선별 메뉴 예약제 운영
할리스커피 플레이트 메뉴
서울 연남동에 있는 카페 펠른은 ‘커피 페어링(함께 짝을 지어 내놓는 것)’을 예약제로 운영하는 카페다.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예약한 시간에 카페에 도착하면 9명 이 앉을 수 있는 바에서 그날의 음료 3종과 여기에 곁들인 음식 3종을 맛볼 수 있다. 1인당 가격은 3만3000원. 이 카페 예약은 연말까지 대부분 다 차 있다.

펠른처럼 예약제로 운영하며 디저트 또는 음식과 ‘페어링’하는 카페가 늘고 있다.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곳도 있고, 배달에 나선 곳도 부쩍 많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난을 타개하려는 변신의 몸부림이다.

“커피 한 잔=5000원의 벽을 넘어라”

카페는 수익성이 늘 고민인 업종이다. 커피 한 잔은 비싸봐야 5000원을 넘지 않는다. 손님이 북적여도 커피만 팔아서는 크게 남길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고민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
그날 그날 맛있는 커피를 바리스타가 마음대로 골라 내어주는 ‘오마카세’나 ‘커피&디저트 페어링 세트’는 그래서 등장했다. 100% 예약제로 운영하는 블루보틀 삼청한옥은 음료 3종, 디저트 3종(또는 초콜릿 4종)을 내놓고 있다. 세트 가격은 1인당 2만2000~2만8000원. 이용 시간은 1시간30분으로 제한된다. 1회 이용 시 2명에서 최대 4명까지만 가능하다. 낮 12시에서 오후 5시30분까지 자사 사이트에서 예약을 받는다.

서울 구로동 이미커피로스터스의 ‘디저트 페어링 세트’는 1만3000원이다. 매주 세트 메뉴를 바꾸는데 단골들이 달라진 세트를 즐기기 위해 매주 방문할 정도로 인기다. 서울 동교동 알디프 티 바&라운지는 하루 5회에 걸쳐 예약을 받는 차 전문점이다. 1만8000원을 내면 2시간 동안 3종의 차를 즐길 수 있다. 3만3000원인 코스는 3개월에 한 번씩 바뀐다. 10월부터 12월까지는 ‘할로윈 동화’를 주제로 5종의 차와 디저트가 순서대로 제공된다. 알디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일반 카페 이용이 제한되면서 특별한 경험을 찾는 사람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디저트가 밥, 빵까지 진화

카페의 부가 수익 창출원으로 사이드 메뉴와 각종 굿즈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종류가 더 다양해지고 화려해지고 있다. 엔제리너스가 올해 출시한 베트남식 ‘반미 샌드위치’는 6개월 만에 100만 개 판매 돌파를 앞두고 있다. 반미의 인기로 엔제리너스 매장당 사이드 메뉴 매출 비중은 기존 1~5%에서 10%로 올랐다. 전국 가맹점에서 반미 메뉴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엔제리너스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커피와 함께 한 끼 식사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디야커피의 1인용 ‘떠먹는 디저트’ 3종도 매달 3만 개 이상 팔리고 있다. 리조토, 파스타 등 ‘한 끼 식사’를 사이드 메뉴로 판매해온 할리스커피 역시 올 들어 커피 외 메뉴의 매출 비중이 크게 늘었다.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내놓은 ‘에그마요’ 등 간단한 샌드위치류가 잘 팔리고 있다. 사이드 메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커피 등 기본 메뉴에 충실하던 커피빈은 최근 블루투스 스피커와 캠핑용 밀크박스, 장우산 등을 부가 수익원으로 잇따라 출시했다. 커피 배달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이디야커피의 배달 매출은 전년 대비 660%, 커피빈은 154% 늘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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