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경영에 집중…이서현, 모친 뒤 이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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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들 계열분리 가능성 낮아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타계 후 한솔, CJ, 신세계 등으로 쪼개졌던 때와는 달리 이건희 회장 뒤를 잇는 ‘3세 경영인’들은 계열 분리보다 삼성그룹이란 커다란 울타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25일 현재 이 사장은 삼성물산 지분 5.55%(약 1045만 주)와 삼성SDS 지분 3.90%(301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3일 종가 기준으로 평가한 지분 가치는 각각 1조874억원, 5207억원가량이다. 이서현 이사장의 삼성계열사 보유 지분도 이부진 사장과 같다.
이부진, 6월 베트남에 호텔 개장
美·中 등 해외 10여곳 진출 계획
이서현, 사실상 경영일선 물러나
복지재단 이어 리움 관장 맡을 듯
2011년 호텔신라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부진 사장은 ‘리틀 이건희’라고 불릴 정도로 강단있는 리더십으로 재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2012년 2조1897억원이던 호텔신라 매출을 지난해 5조7173억원으로 약 2.6배 성장시켰다. 이 사장은 지난 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다낭에 ‘신라모노그램’이라는 신규 브랜드 호텔을 개장했다. 내년엔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 지역에 200여 개 객실을 갖춘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을 열 예정이다. 앞으로 동남아시아, 미국, 중국 등 해외 10여 곳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일각에서는 이 사장이 호텔신라를 분리해 독립 경영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호텔신라는 삼성생명 등 삼성의 금융 계열사들이 주요 주주다. 그러나 이 사장의 호텔신라 지분은 ‘제로’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이 삼성물산 등 보유 주식을 매각해 호텔신라 지분을 취득하거나, 지분 교환을 통해 호텔신라 경영권을 취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이 사장이 그룹 내 전문 경영인으로 호텔신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때는 이 사장이 건설, 화학, 레저 부문을 지배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모두 낭설로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가 해외 진출 등에 나설 때 대규모 자금 조달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도 계열분리보다는 그룹 내 경영 쪽으로 큰 방향을 잡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호텔, 면세점, 여행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호텔신라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며 올 2분기 634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이 이사장은 모친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높다. 이 이사장은 2018년 12월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에서 물러난 직후 리움 운영위원장에 취임했다. 이듬해 1월 삼성복지재단도 맡았다. 이 이사장이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뗀 만큼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독립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