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실로 엮은 옛 여인들의 이야기…이덕은 '색, 실, 누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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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부터 경인미술관서…쌈지·열쇠패 등 50여점 출품2018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 수상 작가 이덕은 씨의 개인전 '색, 실, 누비'전이 오는 28일부터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 아뜰리에에서 열린다. 50여 점의 작품과 만드는 법이 수록된 색실누비 작품집 <색실로 한 줄 누벼 놓으면>(한스북스) 출간에 맞춰 마련한 전시다.
색실누비 작품집 '색실로 한 줄 누벼 놓으면'도 출간
색실누비는 한지를 가늘게 꼬거나 면실을 꼬아 천과 천 사이에 넣고 바늘땀이 2㎜를 넘지 않게 여러 가지 색실로 온박음질하는 공예다. 골과 골 사이도 2㎜를 넘지 않게 해야 하므로 바느질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전통 색실누비 유물이 담배쌈지, 부시쌈지, 안경집, 바늘방석처럼 크기가 작고 종류도 한정돼 있는 이유다. 이 작가는 전승공예대전에 색실누비 색실첩을 출품해 '바느질의 섬세함과 아름다운 색상이 조화롭고 예술적인 감각이 돋보인다'는 평과 함께 대통령상을 거머쥐었다.이번 전시회에는 지난 10년 동안 만든 50여 점의 색실누비 작품을 선보인다. 6개월 동안 한 땀 한 땀 누벼 만든 모란문실첩을 비롯해 복숭아 모양 열쇠패, 연화문 열쇠패, 바늘겨레, 안경집 노리개, 삼색 노리개, 여러 종류의 쌈지, 바늘방석 등이 섬세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실용적이다. 전통적인 색을 섬세한 바느질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냈다는 평이다. 이 작가는 "색실누비를 통해 먼 옛날 평범한 여인들이 남긴 평범하지 않은 솜씨들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교 동창들과 떠난 동해 여행길에 들른 박물관에서 만난 유물을 재현한 흰 무명쌈지에는 6월 동해 바다와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담겨 있고, 부시쌈지에는 남편이 잠든 동안 깜짝 선물로 준비한 아내의 소박한 사랑 이야기가 들어 있다. 삼색노리개는 단오에 외출할 딸에게 장식품으로 내어줄 어머니의 이야기를, 자경전 꽃담 누비보자기는 손에 도구를 들고 흙벽을 마주한 채 서 있는 도화서 화공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는 "바느질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건넬 선물이기도 하고, 아픔을 어루만져주던 위로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바늘 한 땀에 그 옛날 이름 없던 여인들을 만나기도 하고, 엊그제 만난 동네 친구들을 떠올리기도 한다"고 했다. 그가 색실누비를 "그저 앉아서 10시간을 꿰매도 싫증 나지 않는 놀이"라고 설명하는 이유다. 전시는 11월 3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