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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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등 신사업 기대" vs "원화강세로 실적 악화"현대글로비스 주가를 놓고 국내외 증권사들의 전망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수혜와 신사업 기대가 크다”며 주가 상승을 전망하는 낙관론과 “지배구조 수혜는 없고 원화 강세로 실적이 악화된다”는 비관론으로 나뉜 상황이다. 이들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는 현 주가 대비 -30~30%씩 차이가 난다.현대글로비스는 26일 5.31% 하락한 17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14만원대였던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취임 직전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로 꼽히며 이달 20일 장중 22만20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기관이 이달 들어 23일까지 1928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는 떨어졌다.23일에는 싱가포르 대형 증권사인 CGS CIMB에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낮춘 보고서를 내 투자심리를 더 얼어붙게 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물류 중심지이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해운·물류 업종을 폭넓게 다룬다.
한투증권, 목표가 22만5000원
CGS CIMB, 매수→매도 의견
신영·KB증권도 '중립' 의견
CGS CIMB는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목표주가를 13만3000원으로 제시했다. 리포트 작성 당시 주가보다 29.4% 낮은 수준이다. 4분기 영업이익이 1760억원에 그칠 것으로 봤다. 26일 국내 증권사 7곳이 제시한 컨센서스(1940억원)보다 9.2% 적다. 신사업 추진으로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커졌고 원화 강세에 따른 환율 부담이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게 주요 근거로 쓰였다.
CGS CIMB는 “지배구조 개편 수혜 기대로 주가가 이달 들어 30% 넘게 올랐지만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5배에 달하는 등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이슈에서도 기대하는 이벤트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상당수 국내 증권사는 현대글로비스가 추진하는 신사업을 근거로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이 취임한 뒤 수소 유통 플랫폼 구축을 위해 한국가스공사와 양해각서를 맺었다. 또 전기차 배터리 렌털 사업을 위해 LG화학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신사업에 주도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가장 높은 목표주가인 23만원을 제시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도 환율로 인해 수익성은 악화하지만 예상했던 수준일 것”이라며 “안정적인 이익흐름과 신사업 기대를 막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도 “사업 확장 추세를 보면 현대차그룹 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목표주가로 22만5000원을 제시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서도 신영증권과 KB증권은 신중론을 폈다. 신영증권은 이날 현대글로비스에 대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19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KB증권도 ‘중립’ 의견과 함께 목표주가 18만원을 제시했다. 동시에 “단기적인 주가 상승 여력은 이미 소진했다”고 평가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