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떠난 삼성…'3대 난제' 앞에 홀로 선 이재용

사법리스크 극복·지배구조 안정·사업구조 개편 등이 당면 과제
'포스트 이건희' 비전 제시하는 것도 과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새로운 삼성의 미래를 이끌어야 하는 총수 이재용 부회장의 부담이 더욱 가중했다.이 부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삼성 관련 각종 수사·재판 등 각종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으로 초유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았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 회장 별세를 계기로 '뉴삼성'으로의 변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역할과 존재감을 더욱 키울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이 쓰러진 2014년부터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해왔고, 2018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을 통해 공식 총수에 올랐다.다만 그동안은 이 회장이 생존해 있었고, 이 부회장이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이 촉발된 2016년 말부터 수년째 수사·재판을 받느라 완전한 리더십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당장 사법 리스크와 상속·지배구조, 사업 재편 등이 이 부회장이 마주한 과제로 꼽힌다.

특히 이 회장 지분 상속 문제가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는 물론 삼성그룹 사업구조와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주식의 가치는 현재 18조2천억원으로,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자녀들이 내야 하는 상속세가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재계와 전문가들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생명을 거쳐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기본 구조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관측에 따라 이 회장 별세 후 삼성물산 주가가 반등하기도 했다.그러나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삼성 계열사 중 지분을 처분해야 할 수 있다.

지분 매각 대상으로는 삼성생명이 거론된다.

삼성생명 지분을 이건희 회장이 20.76%을 보유했고, 이를 포함해 삼성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47%.02%에 달하기 때문에 일부 매각은 이 부회장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당장은 이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삼남매가 계열 분리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가 호텔·레저부문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을 역임했던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패션부문을 맡아 따로 독립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여부도 관심을 받는다.

최근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공식 회장으로 취임하며 4대 그룹 중 이 부회장만 '회장' 타이틀을 달지 못해 격을 맞추는 차원에서라도 머지 않아 회장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건희 회장은 1987년 이병철 선대회장 별세 후 20여일 만에 회장에 취임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임기만료로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상태라, 회장 승진과 함께 등기이사 복귀를 추진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 장례식이 끝난 후부터 본격적으로 본인의 색을 드러낼 전망이다.

연말 인사를 '뉴 삼성'으로의 변화 가속을 알리는 상징적인 내용으로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체제에서 삼성이 다시 인수·합병(M&A) '빅딜'에 뛰어들 것으로 재계는 예상한다.

삼성은 2014년 말과 2015년 석유·방산, 화학 사업을 각각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에 매각했고 2016년에는 미국 하만을 인수했다.

이 부회장이 수사·재판을 받게 되면서부터는 굵직한 M&A가 끊긴 상태지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인공지능(AI)·6세대 이동통신(6G) 등 미래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M&A 가능성이 크다.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 재판, 국정농단 사건 재판 등 사법 리스크는 앞으로 수년 더 이어지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우선 자신의 리더십과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라며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며 '이재용 시대' 삼성을 구체화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