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단풍 구경?" 우여곡절 제주 한라산 탐방사

코로나19 비대면 관광지로 각광…사회적 거리두기 안 지켜
IMF·사드·코로나19 사태 겪으며 탐방객 수 '들쑥날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울긋불긋 색동옷으로 갈아입은 한라산을 보러 많은 등산객이 몰리고 있다.
한라산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게다가 정상에는 얼음꽃인 상고대가 피어나면서 많은 도민과 관광객들이 산행을 즐기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올 한해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줄면서 자연스레 한라산 탐방객 수는 줄었지만, 언택트(비대면·비접촉) 관광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대체지로 한라산을 찾는 비중이 늘어났다.

◇ 코로나19에도 한라산 오르는 사람들
"주말에 한라산이나 가볼까?"
산 전체의 80%가 단풍으로 물들며 한라산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한라산에 올해 첫 상고대가 관측되면서 도민과 관광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연이 그린 단풍과 상고대를 감상하며 산행을 즐기고 있다.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에서 언택트(비대면·비접촉)·개별·소규모 관광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한라산은 실내 관광 대체지로 부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한라산 탐방객도 예년과 비교해 줄어들었지만, 감소 폭은 상대적으로 작다.
9월 말 기준 올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738만여명으로 전년 동기 1천12만4천 대비 34%가량 줄었다.

반면, 한라산 탐방객은 올해 9월까지 48만8명으로, 전년 동기 58만2천603명보다 17.6% 감소했다.

현재 10월 들어 6만2천여명의 탐방객이 한라산을 찾고 있고, 그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 자연을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선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산행을 즐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9월 초 연이어 제주를 강타한 태풍의 영향으로 한라산 정상 백록담이 만수를 이루자 많은 탐방객이 한라산에 몰렸다.

당시 백록담에 물이 가득 찬 장관을 보기 위해 많은 도민과 관광객들이 탐방로에 줄지어 선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지금도 한라산국립공원 탐방로 입구 도로는 단풍을 즐기러 온 등산객들과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 입구와 연결된 5·16도로 양쪽으로 불법 주차된 차량이 평일인 경우 수백 미터, 주말에는 1㎞가량 이어진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도로 곳곳마다 걸린 '성판악 주변 도로는 주정차 금지구역 입니다'라는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다.

주말과 주중을 가리지 않고 몰려드는 탐방객으로 인해 왕복 2차선 도로에서는 갓길에 불법 주차한 차량과 관광객, 도로를 지나는 차량이 뒤섞이며 사고가 날 듯한 아슬아슬한 순간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목격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드론으로 촬영한 한라산 단풍 풍경을 영상으로 제작해 한라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준비하는 등 비대면 탐방프로그램을 지속해서 발굴하고 있다.

한정우 한라산국립공원 소장은 "한라산 가을 단풍철이 시작되면서 한라산에 많은 탐방객이 몰리고 있다"며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가급적 집에서 단풍을 감상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 우여곡절 겪은 한라산
한라산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내국인은 물론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명소다.

월별로 보면 1월과 4월, 5월, 10월에 많은 탐방객이 몰린다.

1월에는 겨울왕국으로 변한 한라산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한라산을 찾는다.

이어 4~5월에는 진달래꽃과 철쭉꽃을 보려는 상춘객과 수학여행 단체가, 10월에는 단풍 관광객이 주류를 이룬다.

이 중에서도 특히 1월과 5월, 10월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다.

한해 125만명이 몰려 역대 가장 많은 한라산 탐방객 수를 기록한 2015년을 보면 5월에 16만614명, 1월 15만448명, 10월 14만9천555명, 4월 12만1천180명 순이다.

한라산 연간 탐방객 추이를 살펴보면 반짝 생겨났다가 사라진 축제와 그해 사건·사고, 이벤트, 등반로의 폐쇄 등 온갖 풍파와 맞닿아 있다.
한라산 연간 탐방객은 1981년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선 이후 1987년 20만명, 1992년 42만명을 거쳐 1994년 50만명을 넘어섰다.

1990년대 중반 통일 의지를 담아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이름으로 각종 단체에서 한라산 백록담·백두산 천지의 물과 흙을 합치는 '합수합토제(合水合土祭)' 행사가 붐을 이뤘다.

그러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는 50만명에 미치지 못하며 소강상태를 보이기도 했다.

급증하는 탐방객으로 한라산 훼손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1994년 7월부터 1999년 2월까지 윗세오름에서 한라산 정상에 이르는 남벽 코스와 돈내코 코스 전 구간 등에 대한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등 악재가 겹친 것도 한 이유다.

그사이 제주 관광 비수기인 겨울철 한라산의 눈꽃을 관광 상품화하며 관광객의 발길을 끌기 위해 1997년 눈꽃축제가 열렸으나 변화무쌍한 한라산의 날씨에 따라 축제 분위기가 달라지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5차례 만에 폐지되기도 했다.
그러다 2000년 들어 웰빙 바람, 오름에 대한 재조명, 세계자연유산 등재 등 다시 한라산 등반에 불이 붙으면서 2005년 70만명, 2010년 114만명, 2013년 120만명, 2015년 125만명 고지를 넘어서는 등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였다.

2000년 1월 1일 0시 0분 0초에 한라산 정상에서 새천년 횃불 200개를 점화하는 '새 천 년의 빛 한라에서 백두까지' 행사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2년 월드컵 성공 기원 철쭉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성화 채화 행사가 연이어 이어졌다.

한라산은 이후에도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으면서 명실상부 세계인의 유산으로 거듭났다.

2008년 물장오리습지, 2009년 1100고지 습지, 2015년 숨은물벵듸 습지가 차례로 람사르 습지로 인정받으면서 한라산국립공원은 유네스코 3관왕과 람사르 습지를 동시에 보유한 세계 유일의 '국제 4대 보호지역'이 됐다. 이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2016년 106만명, 2017년 100만명, 2018년 89만명, 2019년 84만명, 2020년 10월 26일 현재 56만2천900명 등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