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유럽산 쓰던 수력발전 핵심 부품…국산화 성공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이 올 6월 100% 국산화 개발에 성공한 50MW급 수차 러너의 실증을 위해 수자원공사 합천댐지사의 합천수력발전소에 러너를 설치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제공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는 50MW급 규모의 수력발전설비의 핵심부품인 수차 ‘러너(Runner)’를 100% 국산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27일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이번 러너 국산화 개발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5년 4개월간 진행됐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에너지기술개발사업’의 일환이다. 총 80억6100만원의 연구비가 투입됐다.러너는 물의 위치에너지를 기계적 회전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부품이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이 수차의 러너를 회전시킬 때 발생하는 회전에너지로 발전기를 가동해 전기를 생산한다.

사업 주관기관인 수자원공사는 설계 검증 및 품질관리를 맡았다. 한국기계연구원은 러너 설계, ㈜금성이앤씨에서 모의실험용 수차 제작을 담당했다. 모의실험은 수자원공사 수차성능시험센터에서 진행했다. ㈜이케이중공업이 실물 러너에 대한 제작과 설치를 시행했다.

특히 모형수차 시험설비는 한국, 독일, 일본 등 9개국만 보유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해외의 절반 수준인 시험비용으로 국내 수력 강소기업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모의시험 없이 실물수차를 제작하면 설계검증이 곤란해 최종 수차 효율을 떨어뜨린다.이번에 개발한 50MW급 수차 러너는 설계부터 제조 및 실험까지 모든 과정을 국산화했다. 50MW급 수차 러너를 국산화한 건 국내 최초다. 관련 설비 중 국내 최대 용량이다. 50MW급 수력발전설비는 약 24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 가능한 연간 약 7.5만M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또 수차 효율이 94.7%에 달한다. 기존의 외국산 설비보다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른 발전량 증가는 연간 533.3이산화탄소톤(tCO2)의 온실가스를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중규모(25MW~60MW)급 수력발전용 수차는 대부분 1970~1990년대에 설치된 일본 또는 유럽 기업의 제품이다. 이번에 국산화된 러너는 관련 설비 교체 시 외국산 설비와의 경쟁에서 성능과 가격, 설치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이번 수차 러너의 성능을 실증한 수자원공사 합천댐지사의 합천수력발전소의 경우 1989년 준공 이후 30년 이상 운영해온 노후 설비를 국산 설비로 교체하면서 약 28억원의 도입 비용을 절감했다.

해외 수력발전시장 진출과 이에 따른 고용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수자원공사 측의 설명이다. 향후 100MW급 수차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세계수력협회(IHA, International Hydropower Association)는 2050년까지 전 세계에 약 850GW의 수력발전 용량이 추가 설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국내 수력발전 용량(6728MW)의 320배 규모다.

수자원공사는 2030년까지 사업비 6428억 원을 투입해 10개 수력발전소의 노후 설비를 점진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박재현 수자원공사 사장은 “이번 러너 국산화는 민간기업과 공공부문이 5년 넘게 협력해 이룬 성과"라며 "청정에너지인 수력발전의 대외의존도를 크게 낮춰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어 "해외 수력발전 시장에서도 우위를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