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코스닥 '빚투'

사진=연합뉴스
코스닥시장을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찮다. 27일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은 227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 6월 16일(4885억원) 이후 최대 순매도액이다. 전날 코스닥지수가 -3.71% 떨어지며 800선이 무너지자 개인들이 공포성 매물을 내놨다는 분석이다. 기관과 외국인의 순매수로 코스닥지수는 이날 소폭(0.73%) 반등했지만 개인들은 탈출하기 바빴다. 그동안 '빚투(신용 등으로 빚을 내 주식투자)'로 투자한 데 따른 반대매매도 늘어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커지는 반대매매 공포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금액’은 4분기 들어 26일까지 2705억원을 기록했다. 26일엔 이달 들어 가장 많은 223억원이 반대매매됐다. 이 추세면 4분기 반대매매금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1분기 8068억원이었던 반대매매금액은 코로나19로 인한 '빚투'가 늘어난 영향으로 3분기부터 1조원대로 올라섰다. 그동안에는 코로나19 이후 회복장세가 펼쳐지면서 반대매매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 코스닥지수가 크게 흔들리면서 반대매매 공포가 커졌다. 특히 연말 3억원 대주주 양도세 회피를 위한 매도 물량과 반대매매가 겹치면서 급락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빚을 내 산 주식이 떨어져 담보비율이 낮아지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팔아 빚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들어 1000만원으로 1만원짜리 A주식 1000주를 산 투자자가 증거금률 50% 짜리 종목을 통해 500만원의 신용을 빌렸다고 가정해보자. 처음 담보비율은 200%로 반대매매 통상 기준인 140%보다 높지만 A주식이 7000원까지 떨어진다면 문제가 생긴다. 1000만원에 대한 평가금액이 700만원이 됐기 때문에 이를 500만원으로 나눈 담보비율은 140%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A주식이 7000원 미만으로 떨어지는 순간 반대매매 조건이 된다.

담보부족 상태가 된 다음 거래일까지 담보부족이 해결되지 않으면 증권사는 그 다음 거래일 오전에 하한가로 계산된 만큼의 수량을 장 시작과 함께 시장가에 매도한다. 시가총액이 크지 않거나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시초가부터 쏟아진 반대매매 물량이 '매도 신호'로 투자자들에게 읽힐 수 있다. 반대매매 금액 자체가 크지 않더라도 투자심리에 연쇄적 영향을 끼치는 '나비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WM센터 관계자는 "코스닥 종목들은 반대매매로 인해 시초가가 낮아진 상황에서 대주주 양도세 회피 물량까지 겹쳐 낙폭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며 "올해처럼 빚투가 많았던 때는 한번 장이 흔들리면 반대매매의 영향이 더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공여 높은 종목 유의해야

이미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 융자액은 올 초 5조원 초반대에서 8조 중후반대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시가총액 1600조원이 넘는 유가증권시장보다 시가총액 300조원의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 융자액이 더 많다. 이 때문에 코스닥 시장이 흔들릴 때는 신용으로 거래된 주식의 비율이 높은 종목을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코스콤에 따르면 코스닥 종목 중 신용잔고가 많은 상위권 대부분은 바이오주다. 씨젠은 지난 22일 기준 신용잔고가 4009억원으로 가장 많다. 씨젠의 신용 공여율은 16.6%에 달한다. 전체 거래 주식 중 16%가 신용을 통한 거래란 뜻이다. 코로나19 진단키트 투자열풍을 타고 개인투자자들이 빚투에 나선 결과다.이어 셀트리온헬스케어도 2833억원의 신용잔고와 12.1% 신용 공여율을 나타냈다. 제넥신(1118억원, 9.5%), 에이치엘비(1007억원, 11.1%) 등이 뒤를 이었다. 삼천당제약은 신용공여율이 29.3%에 달했다.

지난 26일 급락한 종목들도 신용 공여율이 높은 경우가 많았다. 10.41% 폭락한 아이티엠반도체의 신용공여율은 24.6%다. 10.68% 떨어졌던 휴젤도 신용 공여율이 17.2%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500원이 1000원이 되려면 100%가 올라야 하지만 1000원이 500원이 되는 건 50%만 빠지는 것인 만큼 빚투에 나선 투자자들은 조정장에서 불안에 떨 수 밖에 없다"며 "빚투의 부작용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만큼 각별히 유의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