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와 존중으로 여는 미래…북서울미술관 '타이틀 매치' 전

함양아·서동진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타이틀 매치란 주로 격투기에서 선수권을 걸고 하는 시합을 말한다. 승자가 챔피언 벨트를 차지하는 피 튀기는 싸움이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 지난 2014년부터 매년 열어온 '타이틀 매치'는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두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2인전이다.

올해에는 작가 대 작가가 아니라 작가와 이론가가 처음으로 합을 맞췄다. 타이틀 매치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두 작가는 경쟁보다는 대화와 협업을 통한 연대와 상승에 초점을 맞췄다.

함양아 작가와 서동진 평론가는 지난 20일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개막한 '흔들리는 사람들에게'에서 '오늘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함께 했다.

전시 제목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흔들리는 사람에게'에서 가져왔다. 전시를 통해 사회 시스템 내부의 구조적인 폭력과 전 지구적 재난 속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전달하려는 의도를 담았다.

함양아의 '넌센스 팩토리'는 영상과 설치 작업으로 포퓰리즘 정치로 요동치는 사회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을 수 있을지 모색한다.

관람객이 전시장에 들어서면 밟게 되는 설치물은 바닥이 배처럼 둥근 형태로 이뤄져 있다. 그 위에 올라선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구조물이 좌우로 흔들린다.

민주주의 사회 시스템을 건축적인 형태로 은유한 작품이다.

신작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3.0'은 파노라마 형태의 가로로 긴 화면에 세계 경제와 사회를 이루는 대표적인 상징물들을 펼쳐 보인다.

한국은행과 63빌딩을 비롯해 세계의 고층빌딩과 금융기관, 기업의 모습과 로고 등이 이어진다.

인류의 눈부신 경제 성장을 나타내는 징표들이지만, 화면에는 혼돈의 에너지가 팽창하며 드리우는 어두운 기운이 느껴진다.

서동진의 '기억-인터내셔널'은 깃발이 등장하는 영화 장면들을 선별해 이를 다양한 운율의 텍스트와 짝지은 작품이다.

서동진은 이를 통해 다른 세계를 향한 기대로 충만했던 과거의 역사적인 무대를 돌아본다.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분석해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함양아의 작업에 대한 비평적 응답이다.

27일 기자간담회에서 함양아는 "이번 작업에서는 경제적인 차원으로만 인간의 삶을 판단할 수 있을까 하는 주제를 다뤘다"라며 "인간은 굉장히 복잡한 존재인데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경제적인 것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부와 지위를 얻고 싶어하는 동기 중 하나가 타인으로부터 존중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며 "존중은 내 작업의 중요한 화두이기도 한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존중이 형성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덧붙였다.

불안한 세상 속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두 작가는 작품뿐만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작업 방식을 통해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타진한 셈이다. 내년 2월 14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