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탈석탄'…친환경 사업에 올인

27일 이사회서 결정

석탄·발전소 사업 접기로
베트남 발전소 건설까지만 추진

"ESG 경영 강화하겠다"
LNG발전·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포트폴리오로 재편
사진=연합뉴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이 국내외 석탄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석탄 관련 투자·시공·트레이딩 등 모든 신규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진행 중인 사업은 단계적으로 철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석탄사업 철수 결정은 국내 비(非)금융사 중 삼성물산이 처음이다. 삼성물산은 ‘탈석탄 선언’을 계기로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로 했다.

베트남 붕앙2 사업까지만 추진

삼성물산은 27일 이사회를 열고 석탄화력발전 관련 모든 신규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이날부터 투자와 시공 및 트레이딩 등 어떤 방식으로도 석탄사업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사회의 결정이다. 진행 중인 기존 사업은 완공, 계약 종료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철수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의 논의를 바탕으로 친환경 경영방침에 부합하도록 탈석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4개 부문(건설·상사·패션·리조트) 중 건설과 상사부문이 석탄사업을 벌이고 있다. 건설 부문은 석탄발전소의 설계·조달·시공(EPC)을, 상사 부문은 석탄 트레이딩을 한다.

건설 부문은 한국전력과 공동으로 참여하는 베트남 붕앙2 석탄발전소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붕앙2 석탄발전소 건설은 국가 간 신뢰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협의해온 사업”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 기준보다 엄격한 환경기준을 적용해 시공할 계획이다.

탈석탄 바람 확산되나

삼성물산의 ‘탈석탄 선언’은 비금융사 중에선 처음이다. KB금융그룹은 지난 9월 말 국내 금융사 중 처음으로 석탄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업계는 두산중공업과 함께 석탄사업 주력업체인 삼성물산의 이번 선언을 계기로 탈석탄 움직임이 다른 업체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정치권과 환경단체로부터 석탄사업에서 당장 철수하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이들은 석탄사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삼성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까지 벌이겠다고 압박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앞세운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주력사업인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 및 저장시설, 신재생에너지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내 신규 석탄발전소 허가가 금지된 상황에서 업계 유일한 수익원은 해외 진출이다. 삼성물산의 석탄사업 중단으로 국내 중소·중견기업을 비롯한 석탄발전 수출산업 생태계가 타격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일각에선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이후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이 선제적으로 탈석탄 선언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17.3%를 기반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3분기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7조8503억원, 영업이익 2155억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0.4% 줄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