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현대판 노예제' 카팔라 없앤다 [선한결의 중동은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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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개혁안 마련…다음주 발표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에서 대표적인 외국인 근로자 대상 차별 제도로 알려진 '카팔라' 폐지에 나선다.
외국인 근로자 차별 바탕된 '카팔라' 대체
"저임금 일자리도 자국민에" 전략이라는 해석도
로이터통신은 27일 사우디 온라인 경제매체 마알을 인용해 사우디 정부가 카팔라 제도를 사실상 없애는 등의 내용을 담은 노동개혁안을 다음주 중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중동 각국이 쓰고 있는 카팔라제도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일종의 보증후견인 제도다. 외국인 근로자가 현지 노동법을 적용받기 어렵게 해 그간 논란을 샀다.
카팔라 제도에 따르면 고용주는 외국인 근로자의 거주 비자 발급에 대한 보증인 역할을 한다. 이때문에 고용 기간 처우부터 이직, 이사, 출국 등이 고용주 마음에 달려있다.
중동 각국에선 카팔라제도로 인해 고용주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임금을 체불하거나 계약조건을 지키지 않는 부작용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가혹한 근로조건이나 학대 행위가 있을 경우에도 근로자가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도 많았다. 레바논에선 지난 4월 "가정부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한 고용주가 체포됐다. 마알에 따르면 사우디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카팔라를 대체할 새 규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규정은 내년 상반기부터 적용된다.
사우디에서 고용노동 정책 등을 담당하는 사우디 인적자원·사회개발부는 다음주 중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개혁안을 발표한다. 인적자원부는 "사우디 노동시장의 경쟁력과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조치가 자국민 실업자들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그간 사우디 민간 고용주들은 카팔라를 이용해 (사우디인 대신) 더 저렴하게 착취하기 쉬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했다"며 "이때문에 노동시장 불균형이 고착화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의 외국인 비율은 38%에 달한다. 식당과 카페 종업원 일자리는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85% 이상이다. 사우디는 이같은 일자리를 장기적으로 자국민에게 돌리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사우디 실업률은 15.4%에 달한다. 1분기 11.8%에서 더 높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저유가 장기화가 겹치면서 실업자가 증가했다. 사우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사우디 민간부문에서 외국인에 대해 발급된 취업비자 건수는 3만2000건으로 전분기 34만2000건의 9% 수준으로 급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