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믿어달라"한 날, 국민들 '독감 맞아도 되나' 더 궁금해했다 [신현보의 딥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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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보의 딥데이터]허술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관리가 '접종 후 사망'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이 날로 커지고 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불안 잠재우기에 나선 날, 독감 접종을 실시해도 될지 여부를 인터넷에 찾아보는 사람들이 오히려 늘어났을 정도로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무턱대고 접종을 권고하기 이전에 신뢰부터 회복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국 '신뢰' 당부에도 국민 불신 여전
백신 안전 관리·사망자 수 증가
국내외 접종 보류·국민 청원에 불신↑
"무조건 괜찮다는 말 통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신뢰' 당부한 날,
'독감 맞아도 되나' 검색량↑
문 대통령은 26일 "보건당국이 전문가들과 함께 검토해 내린 결론과 발표를 신뢰해달라"며 "과도한 불안감으로 (백신) 적기 접종을 놓침으로써 자칫 치명률이 상당한 독감에 걸리는 더 큰 위험을 초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독감 백신 접종 사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그러나 한경닷컴 뉴스랩이 29일 '독감 맞아도 되나요' 검색어의 네이버 트렌드 검색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주 22일 최고치를 기록한 후 하락 중이던 관련 검색량은 오히려 26일부터 반등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것이 무색하게 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 우려가 사그라들지 못한 셈이다. 네이버 트렌드는 가장 검색량이 많았던 지점을 100으로 기준 삼아 키워드의 검색량 변화폭을 보여주는 지표다.'백신 불신' 키운 4가지 사건
이번 백신 논란을 키운 것은 큰 틀에서 정부 당국의 허술했던 백신관리와 사망자 수 증가, 백신 접종 보류 사태, 일부 유족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 게시 등 4가지로 지적된다.우선 9월 말에는 백신이 상온 유통되고 백색 침전물이 발생하는 등 당국의 백신 안전 관리가 허술했다는 사실이 처음 드러나 파장을 일으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문제가 된 백신은 수거해서 많은 사망 신고 사례와는 연관성이 없다"며 선을 긋고 나섰지만 상온 노출 백신을 접종 받은 사람만 2000명이 넘는데다 접종 후 이상반응 접수 사례가 과반을 넘어서면서 우려가 커졌다.무엇보다 백신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키운 것은 접종 후 사망자 통계다. 18일까지만 해도 '독감 맞아도 되나요'를 검색한 비율은 4%에 불과했다. 하지만 19일 국내 첫 사망 사례가 알려지고 27일까지 관련 사망자가 총 59명으로 늘어나면서 관련 검색량도 함께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당국은 "접종과 사망 간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가시질 않았다. 또 질병청이 매해 독감 및 합병증으로 3000명이 사망한다고 발표하면서 통계 불신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0년간 인플루엔자로 사망한 사람은 총 2126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질병청은 단순 기록 외 건강보험 기록 등까지 합산할 경우, 3000명이라는 숫자가 나온다는 입장이다.나아가 백신 접종 보류 사태가 발생한 것도 논란 지속에 한몫했다. 22일 서울 영등포구보건소는 경북 포항시에 관내 의료기관에 접종을 보류해달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불안이 증폭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엇박자'를 보인 것이다. 질병청이 뒤늦게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접종 유보 여부를 결정하지 않도록 안내했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날 '백신 사망' 검색량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이 사태와 관련해 모습을 보인 26일에는 싱가포르 보건당국이 한국을 직접 언급하며 백신 접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하락하던 검색량이 상승으로 돌아섰다.독감 백신 사망과 관련한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논란을 키우는 배경이 되고 있다.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독감 백신을 맞고 이틀만에 숨진 인천 17세 고등학생 A군의 형이라고 밝힌 청원인이 "국과수에서는 (동생의 죽음이) 독감 백신과 관련이 전혀 없다는데 믿을 수가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앞서 국과수는 A군에 대한 부검을 진행해 지난 22일 "A군의 사인은 (백신) 접종과 무관하다"는 감정 내용을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A군이 호흡곤란을 야기할 수 있는 아질산나트륨(아질산염)을 다량 섭취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청원인은 "평소에 제 동생은 마스크도 KF80 이상의 마스크만 착용하고, 물병 같은 것도 재사용하면 바이러스가 증식된다며 재사용하지 않았을 정도"라며 "학교 성적도 전교 상위권이고, 대학 입시도 거의 다 마쳤으며 대학 생활을 위해 필요한 전자기기 등을 알아보며 심리적 압박감이나 스트레스가 최소인 상태였다. 자살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과학적 근거 바탕 신뢰 회복해야"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정부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독감 백신을 직접 접종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여론 진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 등을 바탕으로 백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을 직접 사망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정부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해야지, 무조건 괜찮다, 맞아라 하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21세기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 똑똑한데, 정부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백신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더 빨리, 투명하게 증명하지 않으면 백신 접종을 망설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홍렬 인하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백신 접종이 이익이 더 많다"면서도 "신뢰 문제에 있어서는, 정부가 무조건 괜찮다고 해서 불신이 근절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전했다.한편 전날 대한의사협회는 30일부터 독감 백신 접종을 재개한다고 밝히며, 접종과 사망 간 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의 면밀한 조사와 국민의 주의를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