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자 가족 주제에…" 진상규명 요구하는 유족에 악플 테러

유족 "댓글에 극단 선택하는 연예인 심정 알겠다"
진중권 "정권 바뀌어도 유가족 공격하는 행태 똑같아"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오른쪽)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사건에 대한 청와대 정보공개청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이 '악성댓글(악플)'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살 공무원의 형 이래진(55)씨는 28일 "동생이 월북을 했다는 발표는 사살이 아니다"라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내용의 상소문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이씨는 상소문에서 "해양경찰은 한달 동안 가족들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동생의 통장 분석밖에 한 것이 없다"며 "사고선박의 항해일지를 보면 북풍과 서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양경찰은 월북 프레임을 몰고 가기 위해 남서풍이라고 했다. 항해일지조차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월북이라고 발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댓글로 인해 연예인이 왜 자살하는지 심경을 이해하겠다"며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일부 친여 성향 누리꾼들은 온라인상에서 피살 공무원과 유족에 대한 조롱을 쏟아내 논란이 일고 있다.한 누리꾼은 "월북인데 생떼를 쓴다"며 "월북자를 찬양이라도 하라는건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예전 같으면 월북자 가족들도 모두 남산 끌려갔다. 뻔뻔하게 얼굴 들고 얼마나 좋은 세상이냐"고 했다.

이외에도 일부 누리꾼들은 "보수 정권 시절이었다면 월북자 가족이라고 말없이 지냈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정부에 큰소리치는 꼴"이라며 "어디 전쟁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었나"라고 비꼬았다.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사건에 대한 청와대 정보공개청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
현재 유족 측은 A씨가 '월북'을 시도하다 사망했다는 정부의 발표는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세월호 사건 유가족들에 대해 보수 성향 누리꾼들이 악플을 쏟아낸 바 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각 진영이 유족에 악플 세례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정권이 바뀌어도 유가족을 공격하는 행태는 달라지지 않는다"라며 "세월호 유가족을 추모하는 그 감성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착잡한 나날"이라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