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전의 경영과 과학] 세계 시장 석권 꿈 키우는 韓 AI 스타트업들

센드버드·뤼이드·베어로보틱스 등
해외에서 더 빛나는 韓 AI 스타트업들
4차 산업혁명 새역사 열어젖힐 수도

이경전 < 경희대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 >
한경비즈니스 창간 25주년 기념으로 의뢰를 받아 ‘한국 AI(인공지능) 스타트업 25’를 선정하는 작업을 경희대 빅데이터연구센터 연구원들과 진행해 발표했다. 최근 5년 내 투자를 유치한 AI 관련 기업이 300여 개였는데 AI가 회사의 핵심기술이 아닌 기업을 제외하니 250여 개가 남았다. 이들을 누적 투자유치액, 최근 투자유치액을 고려해 현재 기업 가치를 추정했다. 여기에 기술 실현 가능성, 제품·서비스 출시 여부, 비즈니스 모델 정립 여부, 매출과 이익 추이, 글로벌 진출 가능성과 현황 등을 정성적으로 평가해 보정했다. 이런 방식을 취하니 투자는 크게 받았으나 아직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지 못한 기업은 25위 안에 들지 못했다.

1위 기업은 해외에 있는 센드버드다.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벌링게임에 자리잡은 센드버드는 2019년 5월 1억200만달러 투자를 유치했는데 현재 3500억원 정도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비현실적인 AI 챗봇 서비스 개발보다 기업의 앱 및 웹사이트에 채팅 서비스를 5일 만에 개설할 수 있게 하는 솔루션(API)으로 급성장했으며, 현재 1억 명이 사용하고 있다. 김동신 대표는 세계 모든 사람이 센드버드의 API를 활용해 대화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2위에 오른 에듀테크 AI 기업 뤼이드도 실리콘밸리 산라몬에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뤼이드랩스를 설립했다. 현재 기업 가치는 3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학습자의 예상 점수를 정확히 예상하고, 수준을 향상시킬 문제와 콘텐츠를 추천하는 기계학습 엔진 산타를 토익, 공인중개사 시험, 손해보험 설계사 자격시험, GRE, GMAT 등 다양한 분야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으며 한국과 세계 각국의 공교육에 AI를 도입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뤼이드가 공개한 에드넷 데이터를 이용한 글로벌 챌린지(상금 10만달러)를 열어 전 세계 AI 연구자와 개발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3위인 서비스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 역시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에 본사가 있다. ‘페퍼’라는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를 내놨지만 시장에서 실패를 겪은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것이 특이하다. 전혀 사람을 닮지 않았지만 실세계에서 잘 사용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 석권도 기대할 만하다.

4위인 스포츠 분야 AI 기업 비프로컴퍼니는 독일에 있는 본사를 축구 본가 영국으로 옮기고 있다. 세계 12개국 700개 팀이 축구경기 영상 분석 서비스 비프로일레븐의 고객이다. 스포츠계의 구글이 되겠다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6위에 오른 의료 AI 기업 뷰노와 7위를 차지한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유료 번역서비스 플리토 역시 세계 각국에 고객이 있는 회사다. 12위 기업인 쓰리빌리언은 AI 기반 유전자 분석 회사로, 전 세계 24개국 71곳에 서비스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1~4위 기업 중 3개사의 본사가 외국에 있고, 두 기업의 정확한 국적은 미국이다.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한국인이 창업해 대표를 맡고 있고, 한국인들이 주요 인력이며, 한국의 벤처캐피털이 투자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은 사실상 한국의 AI 스타트업이라고 할 만하다.

증기기관과 철도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진 한반도의 조선은 식민지가 됐으나 전기와 자동차, 제조업의 2차 산업혁명을 잘 따라간 대한민국은 삼성, 현대, LG, 대우 등 세계 시장을 누비는 대기업을 만들어냈다. 그 세대를 대표하는 공헌자 이건희 회장이 지난 25일 타계했다. 디지털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 시기에 한국의 이해진은 일본 최대 인터넷 기업 라인을 성공시켰고, 현재 아시아 최대 인터넷 기업이 됐다. 김택진, 윤송이의 엔씨소프트 등 한국의 온라인 게임 회사도 세계화에 성공했다.

그리고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기인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이 세운 AI 기업이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다. 센드버드의 김동신 대표, 뤼이드의 장영준 대표, 베어로보틱스의 하정우 대표, 비프로컴퍼니의 강현욱 대표 등이 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