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내는 금태섭…"北 공무원 피살, 우습게 보인 文 책임" [전문]

"文 정부도 朴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아"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한 책임이 있다"
"책임 회피하는 지도자만큼 실망스러운 존재 없다"
금태섭 전 의원. 사진=뉴스1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사진)이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사건을 거론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29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서 "'그분이 떠내려갔거나 혹은 월북을 했거나 거기서 피살된 일이 어떻게 정권의 책임입니까?'라는 (민주당) 발언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을 잔인하게 살해할 때 그 파급효과를 따져보지 않았을 리가 없다. 검토한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해서 감행했을 것"이라며 "만약 그런 일을 벌이면 군사적 혹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예상했다면 감히 민간인을 사살하고 불을 지르는 만행을 저지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썼다.

이어 "바로 이 지점에 우리 정부의 책임이 있다. 우습게 보인 것"이라면서 "실제로도 애매한 사과만 받고 흐지부지 넘어갔다. 만약 중국인이었다면, 혹은 미국인이었다면 북한이 쉽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의 책임을 극구 부정했다. 이번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국민들은 북한이 감히 함부로 우리 국민을 사살할 생각을 하는 현재의 상태에 대해 따지는 것이다. 그 질문에 정부는 답변해야 하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은 1999년 씨랜드 화재 다음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때 당선인 신분임에도 사흘 만에 국민 앞에 사과를 했다"면서 "적극적으로 책임을 다하며 할 일을 찾지 않고 회피하는 듯 보이는 지도자만큼 국민들 눈에 실망스러운 존재는 없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랬어야 한다. '정부의 책임을 통감합니다. 다시는 북한이 우리 국민에게 그런 짓을 못하게 하겠습니다'"라며 "정치인들이 그럴듯한 핑곗거리를 찾는 데 골몰하는 동안 국가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은 스러지고 냉소만 남는다"고 강조했다.

금태섭 의원 기고문 전문.

“그분이 떠내려갔거나 혹은 월북을 했거나 거기서 피살된 일이 어떻게 정권의 책임입니까?” 서해에서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사살한 사건에 대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발언이다. 북한을 규탄하면 모를까 문재인 대통령의 잘못을 따지는 것은 정쟁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얼핏 보면 맞는 말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대통령이 무엇을 할 수 있나. 일각에서는 우리 고속정이 출동해서 구출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북한이 지배하는 수역에서 작전을 벌이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북한 해군이 대응에 나서서 자칫 군사적 충돌이라도 벌어진다면 심각한 상황이 된다.그러나 이런 발언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우리는 북한의 대응을 염려해서 구조에 나서지 못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대한민국 국민을 잔인하게 살해하기 전에 아무런 계산도 안 했을까? 사격 명령을 해군 지휘부가 내렸든 더 윗선에서 결정했든 비무장 상태의 우리 국민을 살해할 때 그 파급효과를 따져보지 않았을 리가 없다. 급박한 상황도 아니었다. 검토한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해서 감행했을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을 벌이면 군사적 혹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예상했다면 감히 민간인을 사살하고 불을 지르는 만행을 저지르지 못했을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 우리 정부의 책임이 있다. 우습게 보인 것이다. 실제로도 애매한 사과만 받고 흐지부지 넘어갔다. 만약 중국인이었다면, 혹은 미국인이었다면 북한이 쉽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의 책임을 극구 부정했다. ‘7시간’ 행적에 대한 의문은 정치공세로 치부했다. 해상에서 배가 침몰하는데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물었던 ‘7시간’은 단순히 세월호가 가라앉던 물리적인 시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그런 위험한 배가 버젓이 운항에 나섰는지, 위태롭게 화물을 싣고 다니는 행태에 대해서 왜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참사 이전에 왜 수많은 기회와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는지에 대한 추궁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그런 문제 제기의 본질을 짐짓 외면한 채 불가항력이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번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상호 의원은 보수 진영이 정권을 잡고 있었다고 달랐겠느냐고 변명한다. 새벽 2시 반에 대통령을 깨웠더라도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이라는 윤건영 의원의 말도 같은 맥락이고,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시신에 불을 지른 것이냐 혹은 북한 발표대로 부유물을 태운 것이냐고 지엽적인 것을 물은 박범계 의원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시신을 태웠든 혹은 총격으로 시신조차 찾기 어렵게 된 것이든 무슨 차이가 있는가. 국민들이 묻는 것은 사건 그 자체만이 아니다. 북한이 감히 함부로 우리 국민을 사살할 생각을 하는 현재의 상태에 대해 따지는 것이다. 그 질문에 정부는 답변해야 하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9년 씨랜드 화재 다음날 대국민 사과를 했다. 화재 원인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국민들이 생명을 잃은 데 대해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때 당선인 신분임에도 사흘 만에 국민 앞에 사과를 했다. 방화에 의한 화재였지만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두 대통령은 깨끗이 사과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에 집중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후 14일이 지나서야 국무회의 석상에서 마지못해 사과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당 의원들이 갖은 논리로 방어막을 치는 가운데 엿새 만에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송구스럽다는 말을 했다. 의원들의 방어가 대통령에게 도움이 됐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책임을 다하며 할 일을 찾지 않고 회피하는 듯 보이는 지도자만큼 국민들 눈에 실망스러운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첫머리의 발언은 이랬어야 한다. “정부의 책임을 통감합니다. 다시는 북한이 우리 국민에게 그런 짓을 못하게 하겠습니다.” 정치인들이 그럴듯한 핑곗거리를 찾는 데 골몰하는 동안 국가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은 스러지고 냉소만 남는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