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차관 "의협 선제조건 제시는 부적절…국시, 협상과제 아냐"

"집단 휴진은 없어야…정부·의료계 큰 틀에서 의료분야 인식 공유"
"코로나19 거리두기, 현실에 맞춘 개편 작업…'획일'보단 '정밀'로"
"향후 과제는 '의료 균형'과 '코로나19'…현 시국이 보건 이슈 개선 기회 되길"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생 국가고시(국시) 재응시 문제를 두고 '특단의 조치'를 예고한 데 대해 "(의협이) 선제 요건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 달 초 정부가 발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은 획일적인 조치보다 정밀 방역에 초점을 두고 지역별 자율과 책임을 고려한 방향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 "국시 재응시, 의정 협의 논의 과제에 없어"
강 2차관은 29일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시 재응시는) 의정 협의 논의 과제에는 없다"며 "그간 의정 협의 과정에서 합의해 정한 내용이 있고, 그 부분을 충실히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2차관은 "국민 보건 측면에서 앞으로 의사 국시를 보지 못해 생길 문제나 그러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그는 의사들이 다시 한번 집단 휴진 등 단체 행동에 나설 가능성과 관련해 "집단행동까지는 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면서도 "만약의 경우, 국민 피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충분히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2차관은 국시 문제와 관련해 정치권과 이견 조율이 이뤄졌냐는 질의에도 "국시 문제는 결국 소관 부처인 복지부가 중심이 돼야 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정부와 의료계가 "보건의료 발전이나 지역 간 의료 격차, 공공성 강화 등 현안에 있어서 큰 틀에서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의료계의 적극적인 의정 협의 참여를 당부했다. 한방 첩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의료계 주장과 관련해서는 "의료계 (관계자)도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해당 시범사업이 정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계에서 "(한방 첩약의)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의료계도 건정심을 통해 사업 모니터링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해주면서 해결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의료계와의 장기적인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선 '소통'이 필요하다며 "의협뿐만 아니라 의대 지도자들, 의료계 전문가들을 자주 만나고 소통하는 게 신뢰 관계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 "거리두기 개편 방식은 '정밀 방역'…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신경 쓸 것"
강 2차관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정부의 대응 기조 변화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특히 다음 달 1일 발표될 거리두기 개편안과 관련해 "코로나19를 몰랐을 때 삼았던 기준을 좀 더 현 상황에 맞게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획일적인 조치보다는 '정밀 방역'의 형태로, 개인과 지역, 권역, 지자체의 자율과 책임을 큰 틀로 한 개편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강 2차관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는 "안전성이 우선"이라면서 검증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아울러 강조했다.

강 2차관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와 공시지가 상승으로 인한 건보료 인상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보장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올 6월 기준으로 16조 5천억원의 적립금이 있는 데다 예상했던 것보다 지출이 덜 나간 부분도 있다"면서 "앞으로도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비급여 분야를 더욱 신경 쓰겠다"고 답했다.

또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가 상승해 건보료 부담이 늘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재산보다 소득에 대한 부과로 가고 있다"며 "공시지가 인상에 따른 대상자들이 한정돼있고, 60등급으로 나뉜 재산 등급에 따라 보험료 인상도 저절로 완충 단계를 거치게 돼 부담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 "보건 분야 곳곳에 '균형' 필요…의정 협의에서 노출된 문제, 공론화 기회"
한편 강 2차관은 향후 보건 분야의 주요 과제로 '균형'과 코로나19 대응을 꼽았다.

그는 "인력, 물자와 같은 의료 자원은 물론, (국민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이를 위해 소득 및 지역 차원의 균형이 필요하며, 공공부문에서도 갖춰야 할 부분이 있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아직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그렇게 나쁜 평가를 받지는 않았다"면서도 "더 개선해야 될 부분도 있지만, 현재까진 국민들께서 잘해주신 덕"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강 2차관은 보건 이슈가 중요 현안이 상황에 대해 "(차관으로서) 부담감과 책임감이 크고, 고민도 많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 의정 협의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노출됐고, 오히려 이런 문제를 공론화할 기회의 창이 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자로 취임한 강 2차관은 보건 분야의 요직을 두루 거친 행정 전문가로 통한다.

행정고시 35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뒤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 보건의료정책관, 보건의료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두루 거쳤다. 2019년부터 최근까지는 기획조정실장으로서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을 비롯한 조직 개편 및 관리, 보건복지 분야 정책 현안 및 계획 조정, 국제 협력 및 규제개혁 업무 등을 맡아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