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3% 성장'은 착시…2분기 폭락 기저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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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 만에 '사상 최고'라지만올 2분기에 30% 넘게 급전직하했던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3분기 반등에 성공했다. 무려 33.1%(연율 기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재확산하고 있어 4분기에는 또다시 고꾸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전히 코로나 이전 수준 못미쳐
감염 재확산에 민간소비도 침체
4분기에는 다시 급락할 가능성
미국 상무부는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33.1%를 기록했다고 29일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분기별 GDP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47년 이후 73년 만의 최대 증가율이다. 시장 예상치(32%)도 웃돌았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연율 기준으로 발표된 것이다. 연율은 현재 분기의 경제 상황이 앞으로 1년간 계속된다고 가정한 뒤 환산한 수치다. 3분기 성적만 놓고 보면 전 분기 대비 7.4% 뛰었다. 2분기(-9.0%) 때의 부진을 털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 같은 역대급 성장은 착시에 가깝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크리스토퍼 웨이 코넬대 교수는 “실직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겐 이런 GDP 증가율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3분기 성장률이 급반등한 것은 2분기 때 폭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일 뿐이란 얘기다. 코로나19 사태로 미 전역에 봉쇄령이 내려졌던 2분기엔 미국 경제성장률이 연율 기준 -31.4%였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2.9% 하락한 수치다.
미국 GDP가 올 상반기에만 2조2000억달러 줄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3분기에 30% 넘게 성장했어도 작년 말 수준엔 크게 못 미친다는 게 브루킹스연구소의 계산이다. 이 연구소의 제이 샴보 선임연구위원은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했지만 실제로는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 큰 문제는 4분기다. 미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고인 하루 8만 명을 넘어서면서 GDP의 70%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침체될 조짐을 보여서다. 시카고연방은행이 집계하는 국가활동지수(CFNAI)는 지난달 기준 0.27로, 지난 5월 이후 가장 낮았다.미국 행정부와 민주당 간 추가 부양책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내년 초까지 부양책이 타결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이유로 올 4분기에 성장률이 다시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이클 바 미시간대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지 경제가 완벽하게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용 실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노동부가 내놓은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75만1000건으로, 한 주 전에 비해 4만 건 줄어드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14.7%(4월)까지 치솟았던 미국 실업률은 지난달 7.9%로 떨어졌으나 갈수록 하락 폭이 줄어들고 있다. 연말에도 실업률이 7.6% 수준에 머물 것이란 게 미국 중앙은행(Fed)의 관측이다.미국에서 올 7월 일자리는 176만1000개 순증했다. 하지만 8월 148만9000개, 9월 66만1000개 등 증가세는 눈에 띄게 더뎌지고 있다. 올 3~4월 사라졌던 일자리 2200만 개 중 지금까지 회복한 숫자는 1260만 개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