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유교랜드' 아시나요…5000억 들인 관광단지의 실상 [세금 먹는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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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경북 안동문화관광단지 르포(上)
인적 드문 '안동의 메카'…만년 적자
초라한 유교랜드, 문 닫은 온뜨레피움
안동시, '3대 문화권 사업'도 추가 추진
[세금 먹는 하마]는 전국 팔도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곳을 찾습니다. 직접 현장에서 보고 취재한 내용을 기록합니다. <편집자 주>경북 안동에는 수천억 혈세가 투입된 안동문화관광단지가 있다. 1999년부터 논의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진행형인 사업으로 단지 내에 '유교랜드'와 식물테마공원 '온뜨레피움'이 들어섰다. 안동에 도산서원(퇴계 이황)과 하회마을(서애 류성룡)이 자리한 데서 착안했지만 대중에게는 생소한 유교랜드와 온뜨레피움('온 뜰에 꽃을 피운다'는 순우리말)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상황이 이런데도 안동시는 다시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3대(유교·가야·신라) 문화권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미 거듭 적자를 내고 있는 관광단지 사업도 마무리 못한 가운데 또 다른 관광단지를 추가 조성한다는 얘기다.
이름도 생소한 유교랜드 직접 가봤습니다
<한경닷컴> 취재진은 지난 30일 이름마저 생소한 유교랜드와 온뜨레피움을 살펴보러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안동터미널에 도착한 뒤 20여분 택시를 타고 안동문화관광단지로 향했다. 시내버스를 타면 1시간30분가량 걸린다.안동 문화관광단지는 총 개발을 예정한 토지 21만5196㎡ 중 8만9880㎡ 분양 완료됐으며 3만500㎡만 운영 중이다. 나머지 부지는 공터다. 직접 가보니 유교랜드와 온뜨레피움을 제외하면 허허벌판에 가까웠다. 원래 예고됐던 하늘정원, 놀이공원, 카트랜드, 스파랜드 등은 기초 공사 조차 시작하지 않은 상태였다.평일(금요일)임을 감안해도 유교랜드를 비롯한 안동문화관광단지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방문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산책을 하러 온 몇몇 동네 주민만 눈에 띄었다. 온뜨레피움과 전망대는 운영도 하지 않고 있었고, 유교랜드에는 다소 어색한 오픈카와 오토바이가 전시돼 있기도 했다.안동시는 경북 북부 관광거점을 목표로 성곡동 일대에 165만여㎡ 규모(여의도 60% 수준)의 안동문화관광단지를 조성했다.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지시로 경북 북부 유교문화권 개발을 위해 추진하기 시작한 안동문화관광단지 조성은 2000년 열린 청와대 제2차 관광진흥확대회의 때 국책사업으로 확정됐다.2003년 안동문화관광단지로 지정됐고 2005년 경북도 고시로 조성 계획을 승인됐다. 2006년 중심숙박휴양거점 기반 공사를 시작해 2011년과 2013년 호텔 2곳을 준공했고 2013년 골프장도 개장했다. 당초 문화관광단지 조성 기간은 2015년까지였으나 2025년까지로 연장됐다.
찾는 사람 드문데…안동에 또 관광단지를?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권영세 안동시장은 3선 시장이다. 현재 진행 중인 안동문화관광단지 사업은 물론 새롭게 추진하는 3대 문화권 사업을 역점 사업으로 시정을 펼치고 있다. 안동시는 국비와 지방비 1500여억원을 비롯한 총사업비 5680억원을 들여 2025년까지 안동문화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관광단지 대표 격인 유교랜드는 2013년 문을 열었다. 총사업비로 국비 등 430억원을 투입했지만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 해 9억~10억원 정도로 예상한 입장수익은 실제 2억∼3억원가량에 그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2017년 9억4000만원 △2018년 10억원 △2019년 11억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온뜨레피움에는 혈세 129억원이 투입됐다. △2017년 적자 2억6400만원(수익 9700만원, 운영비 3억6300만원 △2018년 적자 3억원(수익 6700만원, 운영비 3억6700만원) △2019년 적자 2억7300만원(수익 7300만원, 운영비 3억3600만원)으로 나타났다.후발사업 격인 3대 문화권 사업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안동시는 예산 총 3908억원을 투입해 도산면 동부리에 안동국제컨벤션센터와 세계유교문화박물관, 한국문화테마파크 건립을 추진 중이다. 도산면 서부리에는 선성현 문화단지를 만들어 한옥체험관을 설치했다.안동문화관광단지는 아직 진척이 부족하고 대표 명소도 적자인데 3대 문화권 사업을 더 벌이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안동시는 "사업도 시작하기 전부터 3대 문화권 사업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보다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운영방침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안동시 관계자 : 초반에는 적자가 불가피할 수 있다. 지자체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는 있을 수 있으나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본다. 안동시뿐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시에서 3대 문화권으로 추진하는 시설이 흑자가 나는 곳은 드물다고 알고 있다. 안동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공통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부분 아닐까 생각한다.안동=조준혁 /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