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확보·전화기 화형식…삼성 퀀텀점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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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이 남긴 것이건희 삼성 회장의 일생은 도전과 혁신의 연속이었다. 모두가 말렸던 반도체 사업을 시작해 세계 1위로 키워냈고, 일본에 뒤처졌던 TV와 스마트폰에서는 추종을 불허할 만큼 격차를 벌렸다. 이 회장은 중요한 순간마다 남다른 통찰력으로 결단하고, 고비 때마다 특유의 경영철학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의식의 근원부터 바꾸자"
"S급 인재 10명이 회사 1개"
삼성이 고비에 놓일 때마다
새로운 화두 내걸고 헤쳐나가
디자인·품질·인재경영 등
남다른 통찰력으로 초일류 키워
변화와 혁신
이 회장의 혁신 방식은 “자신의 처지를 알고, 의식부터 바꾸자”는 데서 출발한다. 사업이나 구조로 혁신을 시작한 게 아니라 의식의 근원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한다. 삼성은 1993년 8월 전격적으로 ‘7·4제’를 시행했다. 오전 7시 출근하고 오후 4시 퇴근하는 이 제도가 시행되자 임직원들은 이 회장의 개혁 철학을 체감하게 됐다.‘품질경영’은 이 회장의 또 다른 화두였다.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직후 이 회장은 “질(質)로 가서 점유율이 떨어지고 적자가 나도 좋다. 적자가 나면 내 사재라도 털겠다”며 열변을 토했다. 1994년 삼성전자 무선전화기사업부는 제품 출시를 서두르다 불량률이 11.8%까지 치솟았다. 그는 수거된 15만 대의 전화기를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서 불태우는 화형식으로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복합화, 정보화, 국제화도 줄기차게 역설했다. 이 회장은 “100층이든 80층이든 빌딩에 기획, 디자인, 설계, 판매 등 각 조직 담당자가 모두 입주해 있다면 필요할 때 40초면 회의실에 모일 수 있다”며 빌딩 복합화의 예를 들었다. 삼성이 수원, 화성, 아산 등에 공장과 연구시설, 병원, 학교 등을 갖춘 대단위 복합단지를 구축한 것은 제품 개발부터 양산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스피드 경영’으로 나타났다.
10년 앞을 내다본 글로벌 인재양성
이 회장은 사람에 대한 욕심이 유별났다. 이 회장은 입버릇처럼 “S급 인재 10명을 확보하면 회사 1개보다 낫다”고 했다. 이 회장이 핵심 인재의 중요성을 간파한 것은 인텔, IBM 등에서 한국인 기술자를 영입해 반도체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고 나서였다. 2002년부터는 계열사별로 핵심 인력 확보 실적을 매월 보고받았을 정도다.핵심 인재에게 최고의 연봉을 보장해 주는 성과주의는 삼성의 성공 비결 중 하나다. 이 회장은 “삼성을 ‘월급쟁이 천국’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갤럭시의 성공을 이끈 신종균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4년 1분기에만 96억원을 받았다. 권오현 전 삼성종합기술원 회장도 2017년 한 해에 243억원을 받았다. 연봉 100억원 이상을 받는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도 즐비하다.
디자인·창조·소프트웨어
이 회장은 삼성이 고비에 놓였을 때마다 새로운 경영화두를 내세우며 퀀텀점프를 이끌었다. 1993년 신경영을 내세울 때 “디자인 같은 소프트한 창의력이 기업의 소중한 자산이자, 21세기 기업 경영의 최후 승부수가 될 것”이라며 디자인 경영을 강조했다. 2006년 삼성전자 휴대전화로는 처음으로 누적 판매량 1000만 대를 돌파했던 ‘T100’(일명 이건희폰)과 보르도 LCD(액정표시장치) TV 등 성과로 나타났다.2006년 “21세기는 단순히 상품만 생산해서 파는 시대가 아니라 창의력과 아이디어, 정보를 모아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시대”라며 제시한 ‘창조경영’은 카메라와 전화기를 합친 ‘카메라폰’, 낸드플래시 반도체에 로직회로와 중앙처리장치(CPU)를 결합한 ‘퓨전반도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결합한 ‘갤럭시노트’ 등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탄생시켰다.2011년 이 회장이 소프트웨어 기술과 특허를 서둘러 확보할 것을 주문한 점도 눈길을 끈다. 갤럭시에 탑재된 인공지능(AI) ‘빅스비’ 등은 삼성이 육성한 소프트웨어 인력의 작품이다.
송형석·황정수·이수빈 한국경제신문 기자 click@hankyung.com
NIE 포인트
① 삼성이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② 이건희 삼성 회장처럼 1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릴까, 조직 구성원의 집단지성이 사회를 이끌어갈까.
③ 삼성이 앞으로도 초격차를 유지하며 세계 정보통신기술(ICT)업계를 선도해나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