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두 번 상속하면 회사 사라진다"…與에 읍소한 서정진

서정진 셀트리온 대표. 사진=한경DB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한국의 상속세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두 번 상속하면 회사가 사라진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 회장은 상장주식으로 상속세를 대신 내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서 회장은 지난 6월 민주당 공부모임 경국지모(경제를 공부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바이오산업 전망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상속세 합리화'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는 당시 의원 신분이었던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이광재 의원 등 민주당 주요 인사가 자리했다.
강의에 참석한 한 여당 의원은 "서 회장의 말은 상속세를 단순히 부의 대물림 차원이 아닌 기업의 영속성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문제 제기로 해석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은 "서 회장이 차라리 법인세를 더 내도록 하자는 말도 했다"며 "기업이 사회적 역할을 다하되 경영권은 지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상속세 최고 세율이 50%다. 여기에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은 실제 가격보다 20% 더 높은 가치를 매긴다.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제도'에 따라서다. 결국 주식을 팔아 상속세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지분율이 낮아져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여기에 주식 양도세까지 합치면 사실상 세율은 80%에 달한다. 한국의 상속세 제도가 기업인에게는 더 가혹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 회장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주식으로 상속세를 대신 내는 방안을 제안했다. 부동산이나 채권, 유가증권 등으로 세금을 대신 납부하는 '물납제도' 대상에 상장주식도 포함해 달라는 요구다. 현재는 비상장주식만 물납이 가능하지만 상장주식은 매도가 쉬워 금전 납부가 즉시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2013년 물납이 제한됐다.

주식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되 향후 기업 경영을 통해 번 돈으로 주식을 재매입할 권리를 보장해 주자는 게 서 회장의 아이디어다. 이렇게 되면 상속세를 내면서 경영권까지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강의에 참석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변동성이 있는 상장주식의 가치를 세입으로 평가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서 회장의 생각은 연구해볼 만한 제안이었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