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없이 울리는 '재난문자 폭탄', 시민들 피로감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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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하거나 운전시 재난문자 받으면 불편해"
하루 평균 발송량 126건…코로나 이전 한달치
행안부, 밤 11~오전7시 문자 금지하는 개선안 마련
"꿀잠 자는데 재난문자가 울려서 차단해 버렸어요"과도한 재난문자 발송으로 시민들의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적지 않은 시민들이 최근 쏟아지는 긴급재난문자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무음모드여도 재난문자 알림이 크게 울려서 곤혹스러워요.""재난문자 알림이 계속 울려 확인하니 똑같은 내용이 여러 개 왔아요"
긴급재난문자가 대부분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데다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본 방역 수칙을 여러차례 안내하고 있어 불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올 들어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긴급재난문자 발송이 급증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행정안전부와 국민재난안전포털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보낸 재난문자는 총 3만4679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하루 평균 발송량은 126건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전인 지난 1월 한 달 동안 송출된 발송량(134)과 맞먹는 수치다. 지난달 2일은 하루에 781건이 발송돼 긴급재난문자가 가장 많이 발송된 날로 꼽혔다
특히 코로나19 관련 긴급재난문자는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발송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지난달 3일은 총 395건 중 51건이 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발송돼 심야, 새벽 시간에도 수십 건의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는 현재 CBS(Cell Broadcasting Service)를 통해 재난문자를 송출하고 있다. 지자체나 정부부처가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재난 승인만 받으면 시간대와 관계없이 문자를 보낼 수 있다. 해당 기지국으로 전달된 문자는 기지국 반경 15㎞이내의 모든 휴대폰에 강제 전송된다.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긴급재난문자에 시민들이 점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분위기다. 시도때도 없이 재난문자가 크게 울려 놀라거나, 비슷한 내용을 여러번 보내 긴급재난문자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면시간뿐 아니라 운전, 회의, 도서관 등 시시각각 강제 수신되는 문자 때문에 불편함을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직장인 김모 씨(31)는 "코로나19 초기에만 긴급재난문자를 눈여겨봤고 그 이후엔 읽지도 않아 아예 알람을 껐다"며 "코로나 소식은 뉴스나 기사만 챙겨봐도 충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고모 씨도 "넷플릭스, 유튜브 보는데 재난문자 때문에 화면이 끊겨 짜증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국민신문고 민원게시판에도 남발되는 긴급재난 문자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민원이 100건 이상 쏟아지고 있다. 시민들은 "재난문자 폭탄 발송을 자재 하라", "지금 시간이 몇신데 잠못자게 재난문자X이야!!", "자동차네비게이션에서 재난문자 차단 요청", "재난 문자는 진짜로 재난이 난 상황에 써라" 등 민원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한편, 내년부터는 심야 시간에 불필요한 긴급재난문자 발송이 줄어들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현재 '재난문자방송 국민불편사항 개선방안' 지침을 마련한 상태다. 심야 시간(밤 11시∼오전 7시)에는 긴급한 사항이 아니면 재난문자 발송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행안부는 △확진자 미발생 등 불필요한 사항의 재난문자 송출을 금지하고 △확진자 수가 많을 경우에는 홈페이지·SNS에만 동선을 게시하되 △확진자 수가 적을 경우에도 관할 시군구에 확진자 동선이 있는 상황에서만 송출하도록 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