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3월 이래 최대 하락…전문가들 "연내 40달러선 횡보" [원자재포커스]

블룸버그통신 "이달 하락폭 7.8% 예상"
WTI,브렌트유 각각 4개월내 최저 수준

내달 美 대선·OPEC+회의
"결과 따라 시장 향배 갈릴 것"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커지면서 원유 선물 가격이 수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번달 원유 가격 하락폭은 코로나19 직격타를 받은 지난 3월 이후 가장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달 하락폭은 7.8%가량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지난 3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라고 보도했다. 30일 원유시장에서 일간 원유 선물 가격이 소폭 상승한다 하더라도 이달 하락폭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30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 대비 0.3% 내린 배럴당 36.08달러로 지난 6월1일 이래 최저 수준이다.
글로벌 벤치마크격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영국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배럴당 37.5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5월 말 이래 가장 낮은 가격이다.
원유 선물 주요 유종은 지난 28일 5%대 급락세를 보였다. 독일과 프랑스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종 봉쇄조치를 내놓자 석유 수요 약세 전망이 퍼진 탓이다. 공급 과잉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원유 재고가 432만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이후 최대 폭으로 늘었다. 지난주 원유 재고가 약 120만 배럴 쌓일 것으로 예상한 기존 시장 전망도 크게 웃돌았다.

다음달 중 원유 시장 향배를 결정지을 일정이 여럿 남아있다는 점도 최근 원유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다음주엔 미국 대선이 열린다.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석유 산업을 키우겠다고 공언한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는 친환경에너지 투자를 대거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대선 결과에 따라 에너지시장 희비가 크게 갈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다음달 말엔 OPEC+ 회의가 열려 주요 산유국 감산 일정을 결정한다. 주요국이 감산 규모를 늘리거나 일정을 연장할 경우 최근 떠오른 공급과잉 우려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유럽 주요국의 재봉쇄조치가 지난 3~4월만큼 석유 수요에 타격을 주진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각국이 경제 침체를 우려해 공장 등 주요 영업장은 운영 중단 목록에 넣지 않아서다.

BNP파리바스의 해리 치링귀리언 석유 전략가는 "유럽에서 이동 제한 조치가 나오면서 사람들의 이동이 줄겠지만, 같은 이유로 인해 전자상거래를 통한 화물 운송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어느쪽이 더 큰 효과를 낼 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자체 설문조사 결과 전문가들은 유가가 연내 배럴당 40~45달러 선에서 횡보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경제학자와 애널리스트 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전문가들이 응답한 연내 브렌트유 평균가는 배럴당 42.32달러였다.

내년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 평균은 배럴당 49.76달러로 집계됐다. UBS의 지오반니 슈타노버 애널리스트는 "중장기적으로는 석유 수요가 회복되겠지만, 효과적인 백신이 널리 보급될 때까지는 회복세가 느리고 고르지 않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