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영면…외신이 본 '이재용 웨이(way)' 어떤 모습일까 [노정동의 3분IT]
입력
수정
1) "'팬덤' 없는 삼성…과감한 경영 필요"외신들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면(永眠) 이후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전자의 과제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정리해봤습니다.
2) "수직적 조직문화 개선 가능성 높아"
3) "비메모리 사업서 기습적 M&A 움직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스마트폰 등 제조업 1등에도 불구하고 애플처럼 '팬덤'이 없는 것은 보완해야 할 과제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신문은 삼성이 이건희 회장 시대에 기술과 하드웨어 생산을 독점하다시피 해왔지만 전 세계 기술 업계의 중심축은 이미 소프트웨어로 옮겨갔다고 설명했습니다. WSJ은 "지난 6년 동안 삼성은 애플과 달리 자사 제품에 대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자체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지구상의 거의 모든 주요 전자기기를 생산하는 삼성은 여전히 성공적이지만 취약하다(It is still a successful, though vulnerable)"고 짚었습니다.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 여전히 뚜렷한 변신을 하지 못한 채 중국 기업과 가격 경쟁을 하고 있는 현재 상황은 뼈아프다는 지적입니다. WSJ은 "52세로 서구에서 제이 Y(Jay Y)로 통용되며 3개 국어를 구사하고 하버드 교육을 받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아직 명백한 경영 스타일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보라'는 이건희 회장의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처럼 과감한 경영 스타일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일본 언론은 삼성의 조직문화 변화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이재용 부회장은 전 세계 사무실과 생산시설을 돌며 회사 직원들과 식사를 하는 등 자신과 일반 직원들 간의 격차를 줄이고자 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고 썼습니다. 집무실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보다는 '미래전략실'이라는 팀을 통해 극소수의 비서들로부터 보고를 받았던 이건희 회장과의 경영 방식을 비교한 것입니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삼성 직원들은 이재용 부회장 아래서 수직적 조직문화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의 '사업 유산'이 아닌 자신 만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닛케이는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스마트폰·TV 분야에 힘입어 건실한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쟁 업체들이 인수를 통해 빠르게 규모를 키워가고 있어 신사업 개발이 절실하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삼성의 수장이 된 지 6년이 지났으나 아직 삼성의 차세대 캐시카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이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과감한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봤습니다. 미 블룸버그는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 AMD가 경쟁 업체인 자일링스를 350억달러(약 40조원)에 인수한 것과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90억달러(약 10조3000억원)에 사들인 것을 보도하며 이재용 부회장이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결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메모리 사업에 비해 글로벌 경쟁 업체들에 크게 뒤처지고 있는 비메모리 사업 분야에서 인수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최근 AMD에 인수된 자일링스는 독일 인피니언, 네덜란드 NXP 등과 함께 삼성의 인수합병 대상 기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다는 점에서 향후 비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의 기습적인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대만 언론들은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자국 기업 TSMC와의 향후 '파운드리 패권 다툼'에 주목했습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네덜란드 ASML 최고 경영진을 만나러 간 사실을 언급하며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파운드리 패권을 가속화 할 것"이라며 "내년에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중심으로 한 양사의 장비 도입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