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편향된 검찰개혁' 논란 잠재우려면

김태완 지식사회부장
검찰총장 2년 임기제가 도입된 것은 1988년이다. 당시 각계에 불어닥친 민주화 열풍 속에서 “검찰도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제도를 평가한다면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 기간에 임명된 21명의 검찰총장(윤석열 총장 제외) 중 절반이 넘는 13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윤 총장도 중도 사퇴하는 14번째 총장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식물총장의 '사퇴 불가' 고수

과거 중도 사퇴한 총장들의 사연은 가지각색이지만,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 조직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그만둔 총장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인물이 2005년 김종빈 총장과 2011년 김준규 총장이다. 김종빈 총장은 법무부 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을 불구속 수사하라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사표를 냈다. 김준규 총장은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당초 합의와 다르게 국회를 통과하자 항의 차원에서 물러났다.이런 상황을 윤 총장에게 대입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윤 총장은 이미 두 차례나 수사지휘권을 받았다. 인사권도 행사하지 못했다. 가족의 비리 의혹 등으로 감찰도 받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 중 하나만 있어도 그만뒀을 것이다. 하지만 윤 총장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스스로를 ‘식물총장’이라고 하면서도 “절대 사퇴는 없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지난 국정감사에서 공개됐다. 윤 총장은 “임기 동안 할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 임명권자뿐만 아니라 국민에 대한 책무라고 생각하고 흔들림 없이 소임을 다하겠다”며 “대통령께서 민주당에서 사퇴하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전해주셨다”고 털어놨다. 여권에서는 즉각 반발이 나왔다. 대부분 윤 총장의 얘기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몰아붙이며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대통령은 비선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성품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총장 임기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앞서 김종빈 총장이 사표를 내자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렇게 말했다. “총장 임기가 보장됨으로 인해 검찰이 이런저런 압력을 극복하면서 정치적 중립을 확보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검찰총장이 중도에 그만두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다.”

'수사 독립성' 퇴보 아닌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불거지자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서로 협력하면서 과감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는 모호한 메시지를 내놨다. 그 후 5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 갈등은 더 커지고 복잡해졌다. 평검사들까지 나서 집단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검찰개혁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권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검찰 수사의 독립성은 오히려 퇴보시키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문 대통령이 나서 논란을 잠재우길 바란다. 검찰개혁은 어쨌든 문 대통령이 내세운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도 임명권자인 대통령이다. 마침 양측은 대통령의 진의를 놓고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기도 하다. 두 사람을 놓고 1년 가까이 편을 나눠 싸우는 것도 국민에겐 너무 힘든 일이다.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