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샤이 트럼프'?…여론조사 기관들도 '헷갈려'

최대 승부처 플로리다주
승패전망 가장 많이 엇갈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숨기는 ‘샤이 트럼프’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다만 샤이 트럼프로 분류되는 유권자의 실제 규모와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트라팔가르그룹의 로버트 케헬리 여론조사 수석위원은 샤이 트럼프의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케헬리 수석위원은 “지난 대선 때보다 더 많은 샤이 트럼프가 있다”며 “여론조사기관들이 올해도 참사에 가까운 실책을 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대선 때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했다.

여론조사기관 서스쿼해나도 샤이 트럼프의 위력을 강조했다. 이 기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경합주인 위스콘신주에서 동률의 지지율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위스콘신주는 대부분 여론조사 기관이 바이든 후보가 안정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는 지역이다. 서스쿼해나 관계자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말하길 원치 않는 유권자가 많다”며 “우리는 샤이 트럼프를 잡아낼 수 있다”고 했다.

여론조사 문항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캘리포니아대 돈사이프센터는 여론조사 때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문항과 함께 ‘주변 사람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누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등 간접적인 문항을 사용했다. 그 결과 전자의 경우 바이든 후보가 전국 단위로 11%포인트 앞서지만, 간접적으로 묻는 나머지 두 방식의 경우 그 격차가 각각 5%포인트, 1%포인트로 줄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반박도 만만치 않다. 미 선거전문매체 538은 트라팔가르그룹 조사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트라팔가르그룹은 대부분 여론조사기관이 바이든의 지지율이 높다고 지목한 미시간주에서 트럼프가 소폭 앞선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는 지적이다. 또 바이든 지지율이 확연히 높은 젊은 유권자들에게서도 트럼프가 8%포인트 앞선다는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에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기관마다 전망이 가장 많이 엇갈리는 지역은 최대 승부처인 플로리다주다. 9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주 실시한 플로리다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지지율이 평균 48.3%로, 트럼프 대통령(47.1%)보다 1.2%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트라팔가르그룹, 서스쿼해나를 비롯해 ABC뉴스, 워싱턴포스트 등 트럼프가 우세하다는 관측을 내놓는 기관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