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시즌 첫 승…찬바람 불자 '가을 여왕'이 돌아왔다

SK네트웍스 클래식 7언더 정상
공동 2위 4명 2타 차로 따돌려
데뷔 후 10월에만 5차례 우승

9년 연속 매년 1승 이상 '대기록'
"미스샷 생각 안하니 술술 풀려"

공동 2위 김효주, 상금 7억 돌파
유해란, 공동 9위로 신인왕 확정
사진=연합뉴스
‘하나자이저’ 장하나(28)는 가을 찬바람이 불면 힘이 솟는다. 201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첫 승을 포함해 10월에 들어올린 우승컵만 5개. 지난해 10월에도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과 BMW챔피언십 등 두 차례 특급 대회를 석권했다.

장하나가 1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파72·6638야드)에서 다시 한번 ‘가을의 전설’을 썼다. KLPGA투어 SK네트웍스 서울경제 레이디스클래식에서 우승컵을 수확한 것. 장하나는 “시즌 첫 승이 나오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홀가분하다”며 “몸에 열이 많아서 그런지 선선한 가을이 되면 힘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셋업에서 자신감 커졌다”

장하나는 이날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2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 장하나는 5언더파를 기록한 김효주(25), 전우리(23), 박민지(22), 김지현(29) 등 공동 2위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첫 승이자 KLPGA 통산 13승째다. 지난해 10월 BMW챔피언십 이후로는 1년 만의 우승. 장하나는 우승상금 1억6000만원도 챙겼다.

투어 첫 승을 노린 최민경(27)과 함께 6언더파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장하나는 물오른 퍼트감을 앞세워 경기를 손쉽게 풀어갔다. 2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해 2위로 밀렸다가 6번홀(파4)에서 8.5m짜리 긴 버디 퍼트를 떨궈 선두에 복귀했다. 8번홀(파4)에선 이보다 더 긴 12.9m 퍼트를 꽂아넣어 다시 한 타를 줄였다. 2위 그룹과의 타수가 2타 차로 벌어지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생애 첫 승에 도전하는 허다빈(22)의 ‘뒤집기 공세’도 만만치 않았다. 10번홀(파5)과 1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추격을 시작한 것. 장하나가 12번홀(파4)에서 한 티샷이 당겨지며 보기를 범하자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위기의 장하나를 구한 것은 특기인 아이언 샷. 14번홀(파3) 아이언 티샷이 핀 1m에 붙으면서 승부의 추가 장하나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장하나는 “지난주 돌아가신 큰아버지가 도와주셔서 우승이 찾아온 것 같다”며 “올 시즌 남은 2개 대회도 자만하지 않고 잘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셋업을 할 때 미스샷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있게 치다 보니 골프가 한결 쉬워진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장하나는 공동 선두에 오른 3라운드 경기 후 “골프가 쉬워졌다”고도 했다.

신인왕 조기 확정한 유해란

장하나는 이번 우승으로 2012년 이후 매년 1승 이상 올린 기록을 9년으로 이어갔다. 장하나는 2012년 10월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메이저 퀸에 오르며 첫 승을 신고한 뒤 국내 무대와 미국 무대(LPGA)를 누비며 매년 승수를 쌓았다. 2015년 LPGA에 진출한 장하나는 2016년 3승, 2017년 1승을 거둔 뒤 국내 투어에 복귀했다. 장하나는 “9년 연속 우승이라는 타이틀이 개인적으로 가장 부담감 있는 타이틀”이라며 “꾸준함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매일 공을 400개 넘게 치며 스윙을 바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동 2위 상금 5700만원을 챙긴 김효주는 누적 상금 7억1318만원을 돌파하며 투어 선수 가운데 가장 빨리 7억원대를 돌파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대상 포인트 1위 최혜진(21)은 1언더파 71타를 친 끝에 8위(2언더파 286타)를 차지해 체면을 지켰다. 최혜진은 이번 시즌 14개 대회에서 커트 탈락 한 번 없이 13차례나 10위 이내에 들었다.

공동 9위(1언더파 287타)로 신인왕 포인트 1715점을 쌓은 유해란(19)은 남은 2개 대회 결과와 상관없이 시즌 신인왕을 확정했다. 2위 현세린(19)은 남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해도 역전이 불가능하다. 장하나와 공동 선두로 시작한 최민경은 3타를 잃어 공동 6위(3언더파)로 뒤처졌다.

서귀포=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