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 별 달고 떠난 이동국…90분 '은퇴 잔치' 펼쳐진 전주성(종합)

최종전서 시즌 첫 풀타임 출전…은퇴 경기서 우승 만끽
1998년 K리그 데뷔…548경기 뛰며 '228골 77도움' 대기록
'라이언 킹' 이동국(41)은 결국 여덟 번째 별을 달고 활짝 웃으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와 대구FC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최종 27라운드 경기가 펼쳐진 1일 '전주성' 전주월드컵경기장.
비기기만 해도 전북이 리그 4연패를 포함해 통산 8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전주성은 이미 우승을 확정한 듯한 분위기였다.

팀의 상징인 이동국을 떠나보내는 자리이기도 했다.

곡절을 뒤로하고 2009년 전북에 입단한 이동국은 구단의 모든 우승을 함께하며 제2의 전성기를 보냈다. 전북 팬들과 이동국은 서로에게 각별할 수밖에 없다.

상대가 만만치 않은 대구여서 끝까지 마음을 졸일 법도 했지만, 팬들의 얼굴은 환하기만 했다.

경기전 관중석에서 만난 한 스물한 살 여성 팬은 '만에 하나 전북 현대가 진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으냐'고 묻자 "도저히 질 것 같지 않은데요? (웃음)"라고 코웃음 치며 받았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녹색 우비를 갖춰 입은 팬들이 8번째 우승을 응원하고 이동국의 은퇴를 지켜보기 위해 일찍부터 전주성을 찾았다.

27일 예매를 개시한 1만201석 입장권은 하루 만에 동났다.

구단은 이날 최종 1만251명의 관중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모기업 현대차그룹도 우승 분위기에 힘을 보탰다.

최근 현대차그룹 수장에 오른 정의선 회장이 전주성을 찾아 단상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스포츠 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은 전북의 원정 경기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관전한 적은 있지만, 전주성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중들은 전반 20분 이동국을 위해 2분간 기립박수를 했다.

팬들은 손바닥을 마주치거나 구단에서 나눠준 녹색 클래퍼를 두드리며 23년 만에 그라운드를 떠나는 '전설'을 예우했다.

정 회장과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송하진 전북지사도 이동국을 향한 기립박수에 동참했다. 팬들의 기대는 옳았다.

전북은 초반부터 대구를 강하게 몰아쳐 2-0 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이동국은 이날 풀타임을 뛰었으나, '은퇴 기념포'를 넣지는 못했다.

전반 12분 '전매특허' 발리슛이 골키퍼에 막히는 등 이동국의 득점포가 불발될 때마다 전주성에서는 탄식이 흘렀다.

그러나 그의 '후계자'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막내' 조규성이 멀티골을 터뜨리며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조규성이 골을 넣은 뒤 이동국과 하이 파이브를 나눴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대다수 팬은 관중석에 남아 이동국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과 은퇴식을 지켜봤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는데도 팬들은 은퇴식이 끝날 때까지 한 시간여 동안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은퇴식에서 구단은 이동국의 등번호 20번을 '영구 결번' 선언하며 확실하게 예우했다.

20번은 이동국이 포항에서 데뷔할 때 받았던 등번호다.

당시 포항 레전드인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의 뒤를 잇는다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정 회장은 이동국에게 감사패와 함께 2021년형 미니밴을 선물로 줬다. 정 회장은 이동국이 답례로 사인볼을 건넬 때 두어 차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