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8월 난민 심사 대기자 2만4천여명…연간 역대 최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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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2만명 안팎…전문가 "심사 인프라 확충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올해 난민 심사 대기자가 8개월 만에 연간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에 육박하며 관련 업무의 인프라 확충과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2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1∼8월 난민 심사 대기자 1만9천735명, 이의 신청 대기자 4천400명 등 총 2만4천135명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8개월 만에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2만5천578명에 근접한 것이다.
2017년까지 1만명 미만이었던 총 난민 심사 대기자는 2018년(1만9천636명)부터 매년 2만명 전후를 기록 중이다.그러나 현재 인력으로는 이를 감당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난민인권센터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부 공개 청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 인정심사에 투입된 담당 공무원은 65명에 불과했다.
2015년 8명, 2016년 32명, 2017년 37명 등 소폭 증가하고 있지만, 담당자 1명당 난민 신청자 370여명을 심사해야 하는 셈이다.지난해 9월 법무부는 이의 신청 전담 부서인 난민심사과를 신설하고 전문 조사 인력을 확보해 심의 기간을 단축하고 신속·정확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올해 이의 신청 심사 대기자는 8개월 만에 기존 최대치였던 1년 전보다 1천여명 많은 4천400명을 기록했다.
2017년 2천325명, 2018년 2천747명, 2019년 3천255명 등 4년 연속 증가한 결과다.심사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면접 과정이 정밀하게 진행되기 힘들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난민 신속 심사 과정에서 부실 심사가 잇따른 정황을 파악하고 법무부에 공정성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한 출입국 사무소에서 일하는 심사 담당자는 월 40건이 넘는 처리 목표를 할당 받았으며 이를 채우지 못하면 경위서를 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신청자는 면접 과정에서 사연을 이야기할 여유가 없었고, 박해 사실 등을 밝혔음에도 조서에는 '돈 벌러 왔다'는 문구가 동일하게 기재되는 등 부실하게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난민인권단체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김영아 대표는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 이상을 떠맡다 보니 면접 자체가 엉성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일손을 늘리는 한편 독립적이며 세부화된 난민 심사 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김도균 한국이민재단 이사장은 "통역이나 국가 정황 수집 분석가 등 심사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이는 부실 심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불복이나 이의신청이 증가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지금이라도 담당 인력을 늘리고, 난민 전담 기관을 설치하는 등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비교정부학보에 실린 '미국, 호주, 한국의 난민 정책 비교 연구'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국토안보부 산하 시민권·이민서비스국이 1차 난민 심사를, 이민법원이 이의 신청 심사를 각각 담당한다.
호주 역시 내무부(DHA) 내 난민 담당 부서가 1차 난민 심사를, 행정심판위원회 이주난민과가 이의 신청자의 심사를 맡는다.
이의 신청자 중 또다시 난민 인정이 거부된 이가 재심을 청구할 경우, 연방순회재판소나 연방 법원이 심사를 맡게 된다.
신속 승인 심사만을 전담하는 기관도 마련됐다.
연구진은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도 난민 심사를 전담하는 공무원을 둬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전담 기구를 마련해 난민 심사의 체계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담당 기관의 독립성 확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8년 9월 발행한 '난민유입대응 관련 정책 현황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법무부가 1차 난민 심사를 진행하고, 이의 신청 심의 역시 법무부 내 난민위원회에서 담당하는 탓에 독립성과 공정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처는 "난민 인정 심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상급 기관에 휘둘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현행 난민위원회는 비상설기구라 전문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심사를 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이어 "(앞서 난민 대란을 겪은) 캐나다는 독립 기관인 이민난민위원회(IRB)가 모든 심사 결정 권한을 행사하고, 외국인 체류와 국경 관리 등을 담당하는 부처가 여기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에 독립성과 공정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이를 벤치마킹해 난민 심사 인프라 구축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올해 난민 심사 대기자가 8개월 만에 연간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에 육박하며 관련 업무의 인프라 확충과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2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1∼8월 난민 심사 대기자 1만9천735명, 이의 신청 대기자 4천400명 등 총 2만4천135명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8개월 만에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2만5천578명에 근접한 것이다.
2017년까지 1만명 미만이었던 총 난민 심사 대기자는 2018년(1만9천636명)부터 매년 2만명 전후를 기록 중이다.그러나 현재 인력으로는 이를 감당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난민인권센터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부 공개 청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 인정심사에 투입된 담당 공무원은 65명에 불과했다.
2015년 8명, 2016년 32명, 2017년 37명 등 소폭 증가하고 있지만, 담당자 1명당 난민 신청자 370여명을 심사해야 하는 셈이다.지난해 9월 법무부는 이의 신청 전담 부서인 난민심사과를 신설하고 전문 조사 인력을 확보해 심의 기간을 단축하고 신속·정확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올해 이의 신청 심사 대기자는 8개월 만에 기존 최대치였던 1년 전보다 1천여명 많은 4천400명을 기록했다.
2017년 2천325명, 2018년 2천747명, 2019년 3천255명 등 4년 연속 증가한 결과다.심사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면접 과정이 정밀하게 진행되기 힘들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난민 신속 심사 과정에서 부실 심사가 잇따른 정황을 파악하고 법무부에 공정성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한 출입국 사무소에서 일하는 심사 담당자는 월 40건이 넘는 처리 목표를 할당 받았으며 이를 채우지 못하면 경위서를 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신청자는 면접 과정에서 사연을 이야기할 여유가 없었고, 박해 사실 등을 밝혔음에도 조서에는 '돈 벌러 왔다'는 문구가 동일하게 기재되는 등 부실하게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난민인권단체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김영아 대표는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 이상을 떠맡다 보니 면접 자체가 엉성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일손을 늘리는 한편 독립적이며 세부화된 난민 심사 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김도균 한국이민재단 이사장은 "통역이나 국가 정황 수집 분석가 등 심사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이는 부실 심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불복이나 이의신청이 증가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지금이라도 담당 인력을 늘리고, 난민 전담 기관을 설치하는 등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비교정부학보에 실린 '미국, 호주, 한국의 난민 정책 비교 연구'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국토안보부 산하 시민권·이민서비스국이 1차 난민 심사를, 이민법원이 이의 신청 심사를 각각 담당한다.
호주 역시 내무부(DHA) 내 난민 담당 부서가 1차 난민 심사를, 행정심판위원회 이주난민과가 이의 신청자의 심사를 맡는다.
이의 신청자 중 또다시 난민 인정이 거부된 이가 재심을 청구할 경우, 연방순회재판소나 연방 법원이 심사를 맡게 된다.
신속 승인 심사만을 전담하는 기관도 마련됐다.
연구진은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도 난민 심사를 전담하는 공무원을 둬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전담 기구를 마련해 난민 심사의 체계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담당 기관의 독립성 확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8년 9월 발행한 '난민유입대응 관련 정책 현황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법무부가 1차 난민 심사를 진행하고, 이의 신청 심의 역시 법무부 내 난민위원회에서 담당하는 탓에 독립성과 공정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처는 "난민 인정 심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상급 기관에 휘둘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현행 난민위원회는 비상설기구라 전문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심사를 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이어 "(앞서 난민 대란을 겪은) 캐나다는 독립 기관인 이민난민위원회(IRB)가 모든 심사 결정 권한을 행사하고, 외국인 체류와 국경 관리 등을 담당하는 부처가 여기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에 독립성과 공정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이를 벤치마킹해 난민 심사 인프라 구축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