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기업교육'의 방향은?

직무교육 줄고, 법정 의무교육 늘어
기업 74.8% "온라인교육 도입 확대"
한국 직업교육 75년사 다룬 책 볼만
대면 집단교육이 어려운 코로나 시대, 기업교육(HRD)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 HR교육담당자들의 고민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 이찬 교수 연구팀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워러밸(일과 배움의 균형)'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직장내 직무교육은 줄었지만 성희롱·안전 등 법정의무교육은 되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3.25%에 그쳤던 온라인 교육이 코로나19 이후에는 직장 10곳중 7곳(74.8%)이 새롭게 도입해 온라인 교육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찬 교수는 아버지인 이무근 전 서울대교수(현 명예교수)와 함께 최근 '한국의 직업교육 훈련정책'을 펴냈습니다. 代를 이어 한국의 직업교육을 연구한 父子입니다. 이 책은 1945년 광복이후부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의 직업교육 정책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했습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이후 기업교육이 나아갈 방향도 제시하고 있어 기업의 임직원 교육 담당자들에게는 유용한 책으로 보입니다.
◆직무교육 줄고 법정교육 늘어

코로나19로 직장내 직무·직급교육은 줄었지만, 법정 의무교육은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찬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직장 교육의 88.6%를 차지했던 직무·직급 교육은 59.5%로 줄었지만, 직장내 안전·성희롱 예방 등 법정 의무교육은 6.5%에서 24.39%로 크게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는 교육의 형태도 바꿨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주를 이뤘던 집학교육은 66.6%에서 2.44%로 확 줄어든 반면, 3.25%에 불과했던 온라인 교육은 74.8%로 크게 늘어난 것이죠. 교육 자체가 취소·축소되기도 했습니다. 기업 52.9%는 교육을 연기했고, 상당수가 축소(20,3%)하거나 취소(25.2%)했습니다. 분기별 3~7회 교육을 진행했던 기업들(78.0%)조차도 코로나 이후 22.8%만이 교육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육이 이뤄진 장소도 온라인교육의 활성화로 △사내 본인의 자리(37.4%) △집(25.2%) △사내 특정장소(19.5%)가 많았습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이찬 교수는 "일과 배움의 균형 '워러밸'은 직장인들의 성장을 가져오는데 코로나가 성장의 기회를 빼앗고 있다"며 "하지만 온라인 교육은 코로나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승만~박근혜 대통령 직업교육 '한눈에'

삼성전자공과대, 현대중공업공과대...현재 국내기업 8곳(삼성전자,삼성중공업,SPC,LH,KDB,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포스코)은 사내대학을 운영중에 있습니다. 이 사내대학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아시나요? 김영삼 정부가 시간·경제적 여유가 없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근로자들의 고등교육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술·현장 밀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사업을 실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LINC사업은 대학의 체질을 기업 친화적으로 바꾸고 기업의 요구에 맞는 현장 적응력 높은 인재를 양성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찬 서울대 교수는 기업교육(HRD)을 태동기(이승만 정부), 도입기(박정희 정부), 성장기(전두환,노태우 정부), 도약기(김영삼,이명박 정부), 혁신기(박근혜 정부) 등 5단계로 구분했습니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조직원의 성과관리만 강조하기 보다 구성원 모두가 조직생활을 통한 행복추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교수는 "교수학습법도 형식적이고 훈련중심에서 멘토링과 자기주도 학습형태로 점차 변하고 있다"고 이 책을 통해 강조했습니다. 이 책에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시대에 직업교육 담당자의 역량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 문해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컨텐츠를 기획,제작,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동저자인 이무근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직업교육의 기초를 쌓은 '직업교육의 아버지'입니다. 당시 여야가 만장일치로 초대 직업능력개발원장으로 선임할 만큼 덕망을 두루 갖춘 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들인 이찬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는 저의 롤 모델이셨다. 학창시절부터 단 한번도 성적표를 보자고 하신 적이 없었지만 대학전공과 직업선택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신 분이셨다"고 말했습니다. 이 아들은 현재 아버지에 이어 우리나라 기업교육의 뼈대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무근 명예교수는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를 알면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며 "한국의 기업교육의 과거를 알면 포스트코로나 이후 미래를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냈다"고 저술 의도를 밝혔습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