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자료열람 '데이터룸' 신설…제재 받은 기업 방어권 보장한다

열람자에 비밀유지의무 부과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기업은 공정위가 보유한 다른 기업의 영업비밀을 열람하고 이 자료를 소송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영업 비밀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열람자는 비밀유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

공정위는 2일 이 같은 내용의 ‘열람·복사 업무지침 제정안’을 마련해 오는 22일까지 행정예고하고 개정안을 연내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은 공정위 제재를 받은 기업이 관련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인 ‘한국형 데이터룸’을 세우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해당 기업의 변호사는 한국형 데이터룸에서 다른 기업의 영업비밀 등이 담긴 자료를 보고 소송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열람한 변호사는 누구에게도 이 내용을 전달해서는 안 되며 보고서 작성에만 간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제정안이 시행되면 공정위 허가를 받은 변호사는 주심위원이 지정한 특정일에 공정위에 마련된 데이터룸에서 자료를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자료 제출자가 동의하거나 공익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증거자료를 열람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업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다고 지적해 왔다. 유럽연합(EU) 등이 데이터룸 제도를 이미 운영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공정위는 영업비밀 유출 등 해당 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정보 반출을 통제하기로 했다. 데이터룸에 들어갈 때 이용규칙 준수 서약서와 비밀유지 서약서를 제출하고, 자료를 열람한 변호사는 누구에게도 영업비밀을 누설할 수 없도록 했다. 데이터룸 내에서 메모지에 필기는 가능하지만 이를 가지고 나갈 수 없고 복사도 금지한다.

기업들은 제도 시행을 반겼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추후 법정 다툼이 있을 때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다는 문제 제기를 예방하려는 것”이라며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요건이 까다로워 기업 입장에서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