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I, 세계 3대 발전설비社서 원천기술 인수…순수 국산기술 LNG 발전소 앞당긴다

핵심 설비 배열회수보일러 기술
GE·지멘스·미쓰비시와 경쟁
로열티 부담 덜고 선두권 도전
BHI의 경남 함안 공장에서 출하된 조립 전 배열회수보일러(HRSG) 모듈. 안대규 기자
국내 중견 발전기자재업체 비에이치아이(BHI·대표 우종인·사진)가 세계 3대 발전설비업체 중 하나인 미국 아멕포스터휠러로부터 복합가스화력발전소의 핵심 설비인 배열회수보일러(HRSG) 원천기술을 인수한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파워 등과 경쟁하는 HRSG 관련 원천기술 보유 업체로 떠오르게 됐다는 평가다. 건설 비용의 절반 이상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 분야에서 기술 국산화가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BHI는 아멕포스터휠러로부터 HRSG 원천기술 일체를 인수하는 계약을 3일 맺을 예정이다. 아멕포스터휠러는 1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회사로 알스톰, 밥콕앤드윌콕스(B&W) 등과 함께 세계 3대 발전설비업체로 꼽힌다. 이번에 BHI에 핵심 기술을 매각하면서 보일러 사업 비중을 줄이고, 석유화학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HRSG는 LNG를 가스터빈에서 연소시켜 나온 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가스터빈, 스팀터빈과 함께 LNG발전의 핵심 설비로 꼽힌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체의 촘촘한 혈관처럼 설계된다. 600도가 넘는 고온의 배기가스가 직경 3.8㎝, 길이 24m짜리 관 5000여 개(전체 길이 120㎞)로 구성된 HRSG 본체를 통과하면 관 속을 흐르는 물이 순식간에 수증기로 변해 스팀터빈을 돌리는 구조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에 연비가 중요하듯 LNG발전소는 열효율이 중요하다”며 “HRSG는 LNG발전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BHI는 연 매출 2500억원 규모인 국내 최대 HRSG 제작업체다. 전 세계 120기 발전소(용량 37GW)에 HRSG를 공급해 세계 6위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때 국내 건설·엔지니어링업체들이 중동 지역 발전소 물량을 휩쓸면서 이 회사가 2014년 HRSG 분야 세계 1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이후 GE의 두산건설 HRSG사업부 인수 등 해외 가스터빈업체의 영역 확대로 점유율이 줄었다. 이번에 원천기술 확보로 로열티 지불 부담이 사라지면서 다시 세계 시장에서 선두권 탈환을 노리고 있다.LNG발전은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0%가량 적다. 정부는 그린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석탄발전 비중을 기존 40%에서 30%로 줄이고, LNG발전 비중은 18%에서 23%로 높이기로 했다. 2034년까지 LNG발전소 40기(총 20GW)를 추가 건립할 계획이다.

발전소 가운데 가장 국산화율이 저조한 LNG발전이 확대되면 해외 기업만 특혜를 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발전업계에선 LNG발전소 건립 비용의 50% 이상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년간 해외로 나간 HRSG 관련 로열티만 9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BHI가 HRSG 원천기술을 확보함에 따라 순수 국산 기술로 건설되는 LNG발전소 등장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정부는 22기의 국산 가스터빈을 시범 적용하는 한국형 가스복합화력발전 표준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내년 3월쯤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