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美대선에…거액자산가, 현금비중 늘렸다

UBS 고객 63% 포트폴리오 조정
월가는 대규모 경기부양책 촉각
미국 대선을 앞두고 거액 자산가들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결과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모두 승복하지 않으면서 증시가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유럽 투자은행 UBS가 투자 자산 100만달러(약 11억3400만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 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3%가 미 대선을 앞두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고 답했다.36%는 “현금 비중을 늘렸다”고 응답했다. 대선 후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단 현금을 확보한 다음 상황에 맞춰 적극적으로 대처할 ‘실탄’으로 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30%는 투자 대상 업종을 변경했다고 했다. UBS는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대선 결과를 보고 또다시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자산가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0년 앨 고어 민주당 대선 후보는 플로리다주의 재검표를 주장하며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 미 연방대법원이 재검표 중단을 결정하고 고어 후보가 승복하기까지 한 달여 동안 뉴욕증시는 하락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 증시에 영향을 줄 또 다른 변수도 있다. 이 때문에 UBS 설문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2%가 대선이 확실히 결론나지 못하면 증시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증시 투자자가 애타게 기다리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도 대선 결과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한다고 해도 공화당이 상원 과반을 차지하면 민주당의 경기부양책이 실행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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