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 등장에 힌지로 '반전 승부'…파인테크닉스, 중국 따돌렸다

사업재편에 사활건 기업들
(상) 기술력 앞세워 위기 돌파
이재규 파인테크닉스 IT부문 대표가 파인테크닉스가 제작한 힌지가 적용된 폴더블폰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안양=김병근 기자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및 휴대폰 부품 제조업체인 파인테크닉스와 차량 보안카메라(CCTV)용 영상 처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넥스트칩에는 2010년대 중반 위기가 찾아왔다. 중국 업체들이 크게 성장하며 주요 제품의 판매 수익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위기를 타개할 기회는 생각하지 못한 곳에 있었다. 갈고 닦아온 핵심 기술을 적용할 새로운 시장을 찾았더니 길이 열렸다. 파인테크닉스는 폴더블폰용 힌지로, 넥스트칩은 자율주행 차량용 영상 인식 반도체를 중심으로 사업재편에 나서 성과를 내고 있다.

갈고 닦은 금형 기술이 초석

2018년 파인테크닉스는 187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매출도 2년 연속 감소했다. 중국 업체들이 중심이 돼 촉발한 공급 과잉으로 LED 조명 시장이 악화되는 가운데 화웨이, 샤오미 등의 약진으로 스마트폰 부품 판매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019년 영업이익 69억원으로 흑자전환하며 실적 반전에 성공했다. 비밀은 9년 전 생산을 접었던 휴대폰 힌지에 있었다. 휴대폰이 화면 부위와 버튼 부위로 나뉘어 있던 피처폰 시대에 힌지는 두 부위를 연결하는 핵심 부품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힌지는 불필요한 부품이 됐다. 이 회사가 주 업종을 스마트폰 케이스 생산으로 전환하고 LED 조명 시장에 진출하며 힌지 생산을 접었던 이유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내놓으며 힌지는 다시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떠올랐다. 수만 번 접었다 폈다 하는 폴더블폰에서 디스플레이와 함께 제품의 내구성을 책임지는 핵심 부품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접고 펼 때마다 늘어났다 줄어드는 표면 면적에 영향을 받는 힌지는 그에 따른 장력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해야 한다.파인테크닉스는 과거 힌지 생산 노하우에 스마트폰 케이스를 만들며 갈고닦은 금속 가공 기술을 적용해 여러 기술적 난점을 해결했다. 갤럭시 폴드1, 제트플립, 갤럭시 폴드2 등 삼성전자 폴더블폰에 들어가는 힌지를 독점 공급하게 된 비결이다.

올해 60%인 폴더블폰용 힌지 매출 비중은 내년 70%, 후년 80%까지 계속 늘어난다. 이재규 파인테크닉스 IT부문 대표는 “과거 반짝했던 힌지가 소비자 요구 및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물려 정보기술(IT) 제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품이 되고 있다”며 “접는 태블릿 PC, 접는 차량용 내비게이션까지 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에서 찾은 기회

넥스트칩도 CCTV 사업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다가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넥스트칩이 만드는 영상 반도체는 사물 인식과 조명 처리 등에서 중국산을 압도하지만 실적 하락을 피해갈 수 없었다. 상당수 수요처가 질은 떨어지더라도 값이 싼 중국산 반도체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높은 품질에 맞는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던 넥스트칩 경영진은 새롭게 떠오르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주목했다.카메라는 자율주행차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주요 수단 중 하나다. 차선과 장애물, 보행자 등을 보다 빠르고 선명하게 인식해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전달하는 것이 자동차의 주행 안전성과 직결된다. 특히 명암 변화와 악천후에도 카메라가 사물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넥스트칩이 CCTV용 반도체 개발 초기부터 노력해온 분야였다.

중국 업체와의 경합에서 생존하기 위해 2013년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개발을 시작한 넥스트칩의 노력은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 자율주행차용 영상 반도체가 내년 개발을 마무리하고 2022년부터는 본격 생산될 예정이다. 넥스트칩 관계자는 “자동차용 반도체는 처음 진입이 어려운 만큼 한 번 생산을 시작하면 안정적인 매출처가 된다”며 “5년 내에 회사 주력 제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김병근/노경목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