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산업구조 해체되는 시기…사업재편에 기업 생존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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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업재편심의委 공동위원장 이홍 광운대 교수“최근의 산업구조 변화는 사실상 해체에 가깝습니다. 이대로 두면 한국 산업의 수명이 다할지도 모릅니다. 사업재편에 나서는 기업들을 어떻게 도울지 국가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기업 도산은 사회적 비용 커
지원을 특혜로 보지 말아야
정부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홍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사진)는 3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 기업 및 산업이 직면한 현실을 이같이 요약했다. 사업재편심의위는 기업활력법에 따라 사업재편에 나선 기업 중 정부가 지원할 대상을 선정하는 역할을 한다.이 교수는 한국 산업이 위기에 빠진 이유로 △중국의 추격 △전기차 등 파괴적 기술 혁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 구조 전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등을 들었다. 이 같은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벤처·스타트업에 집중되고 있는 기업 지원을 제조업 분야의 중소·중견기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스타트업이 연매출 1000억원대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20년, 30년이 걸린다”며 “이미 축적된 기술 노하우가 있고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기업활력법과 관련된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업황 악화로 기업이 무너지고 관련 산업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기 전에 방향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제도적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기업이 도산하는 데 따른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엄청나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애초에 소를 잃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제도적 정비와 함께 사회적 분위기도 중요하다. “기업의 사업재편은 재창업에 맞먹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여기에 대한 지원을 특혜로 치부하거나 터부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진해운 매각에 따른 한국의 물류 인프라 약화, 조선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에서 보듯 주요 산업이 어려움에 빠지면 손실은 국가적인 차원으로 확대된다.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사업재편에 나설 때에는 정부가 지원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이 교수는 “사업재편심의위에 올라오는 기업들을 보면 아직도 상당수가 중소기업”이라며 “전체 산업 구조가 바뀌는 만큼 더 많은 대기업이 기업활력법에 따른 지원을 받고, 사회적으로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