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편견 덜어낸 정수정…'애비규환'으로 쓴 첫 필모 [종합]
입력
수정
신예 최하나 감독 가족 코믹극 '애비규환'
정수정, 스크린 첫 도전
"임산부 역할 위해 잘 먹고 살 찌워"
걸그룹 f(x)(이하 에프엑스) 멤버 크리스탈이 배우 정수정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영화 '애비규환'(최하나 감독)을 통해서다.
'애비규환'은 똑 부러진 5개월 차 임산부 ‘토일’(정수정)이 15년 전 연락 끊긴 친아빠와 집 나간 예비 아빠를 찾아 나서는 설상가상 첩첩산중 코믹 드라마다. 연하 남친 호훈과의 불꽃 사랑으로 임신을 하게 된 대학생 토일이 출산 후 5개년 계획까지 준비하며 결혼을 선언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넌 대체 누굴 닮아 그 모양이냐”는 부모님의 호통을 들은 토일은 누굴 닮았는지 직접 확인하겠다며 친아버지를 찾았지만 실망 뿐이었고, 집으로 돌아오자 예비아빠의 행방이 묘연해지며 극이 전개된다.
정수정은 이 작품에서 누구에게도 주눅들지 않고, 무엇이든 알아서 해내는 똑 부러진 대학생 ‘토일’이라는 캐릭터로 연기자로서 가능성을 증명한다. 아이돌 시절보다 체중을 늘렸고 무대 위 화려한 메이크업을 버렸다.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정수정은 극에 온전히 녹아들었다. 3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애비규환' 언론시사회에서 정수정은 "처음에 '휴~'하고 한숨을 쉬었던 것 같다. 그런데 대본을 읽고 너무 재밌어서 하게 됐다"고 밝혔다.
임신 5개월 분장을 해야했던 정수정은 "임산부의 배 모형을 차고 여름에 촬영을 했어야 해서 땀이 많이 났다"면서도 토일 캐릭터에 대해 "요즘 여성을 표현하는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최하나 감독은 정수정 캐스팅 이유로 "에프엑스의 크리스탈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있긴 하지만 예전 출연작 중 '하이킥'을 정말 좋아했다. 코미디 연기를 잘 해 낼거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려하고 범접하기 힘든 이미지가 강했는데 첫 미팅 때 걸어들어오는 순간, 저 사람이 맡은 토일은 내가 원래 생각했던 토일보다 매력적이겠다. 다른 매력이 더 빛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엽고 사랑스럽더라.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수정은 "제 첫 영화인데, 평소에도 영화를 너무 좋아했다. 이렇게 너무 멋진 대선배님들과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었다. 매순간이 즐거웠다. 드라마, 영화 차이 보다 현장이 정말 너무 좋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크리스탈도, 정수정도 모두 저다. 배우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많이 노력했다. 처음에 감독과 미팅했을 때 다이어트 중이었는데 '임산부는 그러면 안된다'고 하셔서 잘 먹고 임산부 느낌을 살려낸 것 같아서 다행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외에도 '기생충' 장혜진, '암살' 최덕문, '비밀의 숲2' 이해영, '찬실이는 복도 많지' 강말금 등 충무로의 황금라인업들이 한 자리에 모여 코믹 앙상블을 선보였다.
장혜진은 "최하나 감독은 모든 센스가 뛰어나다. 유쾌하게 촬영을 했던 것 같다.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많아서 새로운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기생충'에서 박소담, 최우식의 엄마 역을 연기했던 장혜진은 '애비규환'에서 정수정과 모녀 호흡을 맞췄다.
장혜진은 "세 명의 아들 딸 모두 매력적이다. 각자 개성이 뚜렷하다. 정수정은 같은 동네 주민이다. 연기하며 놀란 점은 상당히 진취적이면서도 예의 바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려운 일 있을 때 '한 번 해볼게요'라는 마음이 저에게 새로운 마음을 불러 일으켰다. '정말 잘한다', 너무 예뻐서 뚫어지게 본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장혜진은 또 "산에 올라가는 신이 있는데 정말 모녀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친하게 지냈다. 같은 동네 주민이라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어야 한다. 사랑해 수정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하나 감독은 "처음으로 쓴 장편 영화 시나리오였다. 졸업작품으로 준비중이었다. 원래 콩가루 집안 이야기를 좋아했다. 학생시절에 가족 영화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저와 주변의 이야기를 보면 속내에는 각자의 사연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참고해서 하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혼 가정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오히려 삶의 오류를 인정하고 결심한 사람들이라 불행하지 않고 행복한 사람으로 편견 없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정수정은 "저도 '애비규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했고 장혜진 "관객들에게 웃음과 작은 감동을 드릴 수 있는 좋은 영화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애비규환'은 오는 12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