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고마워요"…후분양 아파트도 '로또' 됐다

수도권 후분양 아파트 늘어
과천서는 1년 새 후분양가 대비 4억~5억 올라
평택서도 후분양 아파트 등장…"내년 8월 입주"
지난 4월 입주한 경기 과천 중앙동 과천푸르지오써밋(자료 한경DB)
아파트를 60~70% 이상 짓고 공급하는 후분양 아파트가 속속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는 선분양이 대부분이다. 후분양 하려면 자금력이 탄탄한 사업장이어야 가능하다보니 좀처럼 나오기가 어렵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하는 동안 계약금과 중도금 없이 직접 공사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여기에 미분양까지 발생한다면, 자금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신용도가 높은 우량 건설사만 후분양에 뛰어들 수 있다.

후분양은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부실시공, 분양권 투기 등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후분양은 직접 시공 현장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주택 품질을 꼼꼼히 따져볼 수 있어 하자와 부실시공에 대한 위험도 줄일 수 있다. 공정률이 높은 상태에서 분양하는 만큼 입주 시기가 빠른 것도 강점이다. 계약 후 입주까지 소요되는 기간만 6개월에서 1년 정도다. 최근과 같은 전세난에서는 2~3년 후가 아닌 당장 입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도 후분양은 유리하다.최근에는 시세차익까지 단기간에 거두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4월 준공된 대우건설이 경기도 과천시 ‘과천 푸르지오 써밋(1571가구)’이 이런 경우다. 작년 8월 후분양으로 내놓은 분양가는 3.3㎡당 3998만원이다. 전용 59㎡의 경우 최고가 기준으로 10억7750만~11억1720만원이었고, 84㎡는 12억6770만~13억8470만원이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전용 59㎡는 14억9500만원에 거래됐고, 84㎡는 19억3000만원에 매매됐다. 분양가 대비 각각 4억, 5억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분양 시기와 가늠해보면 1년 만에 차익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지난 6월 롯데건설이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후분양으로 공급한 ‘상도역 롯데캐슬(950가구)’ 또한 분양가 대비 차익이 발생했다. 내년 2월 입주예정인 이 아파트의 분양권은 지난 9월 전용 59㎡가 11억500만원에 매매됐다. 분양가가 9억1300만~9억9800만원인 점과 비교하면 1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상도역 롯데캐슬은 청약당시 1순위 최고 60.38대 1, 평균 22.78대 1로 전 가구 마감됐다.
경기도 평택에서 첫 후분양 아파트인 ‘평택 지제역 동문굿모닝힐 맘시티 2차(1134가구)’ 조감도. 3~4일 1순위 청약을 받는다. (자료 동문건설)
동문건설은 경기도 평택시 칠원동 신촌지구 3블록에 ‘평택 지제역 동문굿모닝힐 맘시티 2차(1134가구)’를 후분양을 통해 공급한다. 현재 전체 공정이 60% 이상 진행됐으며 내년 8월이면 입주가 가능하다. 3일 1순위 해당지역, 4일 1순위 기타지역 접수를 받는다. 2순위는 5일이다.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하다. 당첨자는 가점제 75%, 추첨제 25%로 선정한다.

평택 지제역 동문굿모닝힐 맘시티 2차는 주변시세보다 분양가를 높였던 기존 후분양 아파트와는 달리 분양가를 오히려 낮춘 게 특징이다. 3.3㎡ 당 평균 900만 원대에 분양한다. 전용면적 59㎡의 분양가는 2억2050만~2억4450만원, 74㎡가 2억7090만~2억9090만원, 84㎡가 3억1280만~3억3080만원 등이다. 계약금은 10%이며, 중도금 20% 무이자로 대출해 준다.

지난해 입주한 지제역 동문 굿모닝힐 맘시티 1단지의 경우 지난달 전용 59㎡의 실거래가가 2억6000만원이었고, 84㎡는 3억5400만원에 거래됐다. 이번에 후분양으로 나오는 가격보다 수천만원 높은 수준이다. 분양 관계자는 "아파트와 인프라를 직접 확인하고 빠른 입주가 가능하다보니 주변 세입자들의 문의가 많다"며 "전세금에서 얼마만 보태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는 도보 5분 이내 거리에 작년 9월 개교한 평택새빛초교가 있고, 지난 8월 초에는 평택에서 서울 강남으로 직행하는 광역버스 정류장이 바로 앞에 신설됐다. 한편 역대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1만2032가구)'는 당초 선분양을 추진했지만 재건축 집행부가 전원 해임되면서 후분양으로 기울고 있다. 서초구 신반초3차와 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원베일리(2990가구)’ 또한 후분양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 대림산업과 코오롱글로벌이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덕현지구 재개발 또한 후분양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