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의 드라마틱한 추락, 키움은 '이름값만 믿었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승부수가 실패로 돌아갔다.

키움은 지난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LG 트윈스와 연장 13회 접전 끝에 3-4로 패했다. 시즌 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됐던 키움은 '가을야구' 1경기만 치르고 시즌을 마감했다.

유난히 많은 부상자가 나오는 등 꼬일 대로 꼬인 시즌이었다.

특히 키움은 외국인 야수 선택에서 테일러 모터에 이어 애디슨 러셀까지 2번 연속 헛발질을 했다. 모터가 올 시즌 1호 퇴출 용병의 불명예를 안은 가운데 키움은 발 빠르게 대체 외국인 선수를 찾기 시작했다.

키움은 야시엘 푸이그와 협상을 진행하는 등 외야수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고, 6월 말 내야수 러셀을 53만달러에 영입했다.

러셀은 2016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정됐고, 그해 소속팀 시카고 컵스가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동안 KBO리그에 진출한 외국인 선수 중에서 역대 최고의 네임 밸류를 가진 러셀 영입은 높은 관심을 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KBO리그에 올 이유가 없는 타자가 왔다며 키움 측에서 자화자찬할 정도로 클래스를 자랑하는 선수였다.

기대가 컸지만 그만큼 우려도 적지 않았다. 불과 20대 중반의 나이에 빅리그 경력만 5년인 선수가 키움이 '러브콜'을 보낼 때까지 팀을 찾지 못했다면 그 이유를 키움은 진지하게 의심해봤어야 했다.

게다가 러셀은 2019년 9월에 시즌을 마무린 뒤 올해 6월까지 팀을 구하지 못해 얼마나 몸이 준비돼 있었을지 의문이었다.

구단 내부적으로도 내야 자원 중복 문제가 있었지만 키움은 메이저리그 우승팀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러셀의 이름값을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러셀은 7월 말부터 8월까지 3할 타율을 유지했지만, 9월 타율이 1할대로 뚝 떨어졌다.

KBO리그 정규시즌 최종 성적은 65경기 타율 0.254, 2홈런, 31타점, 출루율 0.317, 장타율 0.336에 불과했다.

빅리그에서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시즌이 있었던 만큼 거포의 역할을 기대했는데, 정작 러셀의 장타율은 3할대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러셀은 수비에서도 어려운 타구는 잘 잡지만 쉬운 타구를 자주 실책하며 입지가 좁아졌다.

급기야 시즌 막판에는 벤치로 밀려난 러셀은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끝내 명예 회복에 실패하고 시즌을 마감했다. 공수 양면에서 실망만 안긴 러셀은 커리어만 믿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기고 KBO리그와 작별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