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팩트체크]녹십자, 병당 최대 3달러 이익...업계선 "1조원 영업이익 가능"

녹십자, 3일 기업설명회(NDR) 개최
코로나19 백신 CMO 기대감 커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3일 오전 기업설명회(NDR)를 연 녹십자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서 녹십자는 “백신 5억 병(도즈)에 대한 완제 공정을 하는 과정에서 한 도즈당 1~3달러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최대 연 80억 도즈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추가 수주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날 녹십자 주가는 오후 2시5분 현재 전날보다 12.11% 오른 33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녹십자의 주가는 지난달 22일부터 9거래일 동안 52.84% 급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위탁생산(CMO)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전염병대응혁신연합(CEPI) 측은 “GC녹십자 및 스페인 바이오파브리와 10억 도즈 이상의 코로나19 백신 CMO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CEPI는 감염병 대응을 위해 2017년 출범한 국제민간기구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CEPI를 통해 백신 CMO 계약을 따냈다.

녹십자는 내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백신과 치료제 5억 도즈에 대한 완제 공정을 맡는다. 완제 공정은 생산된 의약품을 바이알(주사용 유리 용기)이나 주사기에 충전하는 등의 과정을 말한다.

이날 NDR에서 녹십자는 백신 등 일반적인 완제 공정의 경우 한 도즈당 1~3달러 정도의 영업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코로나19 CMO 계약은 세부 계약이 확정돼야 정확한 영업이익을 추산할 수 있다는 게 녹십자의 설명이다.업계에선 1조원의 영업이익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5억 도즈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약 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완제 공정 수주는 녹십자의 백신 사업 등 본업에 차질을 주지 않는다”며 “증설이 필요없는데다 완전 자동화돼 있어 추가 인력 고용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녹십자 측은 연내나 내년 초엔 본계약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CEPI에 속한 복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세부 계약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녹십자 관계자는 “현재는 녹십자의 생산시설을 비워주는 조건으로 일종의 예약 수수료를 받는 상황”이라며 “본계약 체결 후 세부적인 사항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수주 가능성도 내비쳤다. CEPI에 속하지 않은 기업과 수주가 논의되고 있단 얘기다. 녹십자 측은 이날 현재의 생산시설을 '풀(full) 가동'하면 연 80억 도즈까지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도 추가 수주에 적극적이다. 한 관계자는 “원가 자체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 사업이다보니 본업 외에 CMO에서도 추가적인 이익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또 백신뿐 아니라 치료제 완제 공정에 대한 수주도 가능하다. 초저온으로 완제 공정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녹십자 측은 “콜드체인 시설이 한국에서 가장 잘 돼 있다”며 “다양한 종류의 백신과 치료제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