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산문학상에 김행숙 시인, 김혜진 작가, 유성호 평론가, 주하선 번역가

올해 제28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으로 김혜진 작가 장편소설 9번의 일, 김행숙 시인 시집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유성호 평론가 평론집 서정의 건축술, 조남주 작가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스페인어로 번역한 주하선 번역가의 Kim Ji-young, nacida en 1982가 각각 선정됐다.

대산문화재단은 3일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발표했다. 심사위원들은 김 시인 시집에 대해 “고통의 삶에 대한 반추, 미래를 향한 열기 등의 주제의식이 탁월한 리듬감과 결합하여 완성도 높은 시 세계를 형성하면서도 인유의 시적 가능성을 한껏 밀고 나갔다”고 평가했다. 김 작가 소설에 대해선 “노동의 양면성을 천착하는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우리 삶의 근간인 노동의 문제를 통해 참혹한 삶의 실체를 파헤치는 냉철하고 집요한 시선이 느껴졌다”는 호평을 이어갔다. 유 평론가 평론집에 대해선 “시단의 다양한 경향과 회통하면서 비평적 세계를 안정적으로 펼치고 있으며, 정확한 심미성을 지향하면서 비평의 현장성과 역사성을 두루 겸비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주 번역가의 번역은 “원작을 살린 충실한 번역을 통해 뛰어난 가독성을 확보했으며, 스페인 저명 출판사에서 출간돼 현지에서도 높은 반향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시인은 이날 수상 소감으로 "시적 순간들에 한층 더 깊어질 것, 시의 현재에 최대한 성실할 것, 제가 할 바는 그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일에 관한 이번 소설을 쓰는 동안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며 "이 일을 통해 제가 만나게 된 세계가 전보다 넓어지고 깊어진 것만은 틀림없다"고 답했다. 유 평론가는 "비평이라는 행복한 대화를 하게 해준 우리 시대의 시인·작가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고 전했다. 주 번역가는 "“<82년생 김지영> 원작이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나 화두가 되고 있는 젠더 이슈를 다룬 작품이기 때문에 스페인 독자들에게 최대한 잘 읽히도록 하는데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대산문학상은 수상자에게 각각 5000만원식 주어지는 등 총 상금 규모만 2억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다. 시상식은 26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교보컨벤션홀에서 최소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시와 소설 수상작은 번역 지원 공모를 통해 주요 외국어로 번역돼 해외에서 출간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