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묵묵부답 금감원에 애타는 신생 PEF들

사모펀드 사태로 등록 '하세월'
PEF 순기능 제대로 평가해줘야

차준호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chacha@hankyung.com
“부모님도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보고 밖에서 나쁜 짓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데 금융당국마저도 사모펀드 전체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최근 만난 한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 직원의 하소연이다. 이 회사는 고생 끝에 첫 기업인수 거래를 성사시키고 금융회사에서 투자확약서(LOC)까지 받았다. 남은 절차는 금융감독원에 업무집행사원(GP)으로 등록하는 일인데 석연치 않은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PEF 운용사는 GP로 등록한 뒤에야 펀드를 결성하고 운용할 자격을 갖게 된다. 이 PEF 운용사는 결국 연말 마무리하려던 인수거래를 내년 1분기로 미뤘다.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감독당국은 GP 등록신청서를 받으면 내용을 검토해 1개월 이내에 등록 여부를 결정하고, 그 결과와 이유를 지체 없이 신청자에게 문서로 통지해야 한다. 다만 당국이 제출 서류 보완 등을 요구할 경우 추가 기간은 해당 1개월에 포함되지 않는다. 최근 PEF업계에선 “지금까지 보완 기간을 포함해도 1개월 기한을 넘긴 적이 드물었는데 최근엔 2~3개월 늦춰지는 건 다행일 정도로 등록이 밀리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원인으로 꼽힌다. PEF 운용사는 신규 등록 시 대표와 주요 운용역이 신청 서류를 준비해 금감원 담당 조사역을 직접 만나 제출한다. 통상 2~3주 전에 제출 일정을 잡을 수 있었는데 요즘엔 코로나19 탓에 최소 2개월 이상 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론이 금융당국으로 번지자 아무 상관없는 PEF 신규 등록까지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PEF업계에 퍼지고 있다. 사모펀드는 소수 자산가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투자하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와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해 적극적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로 구분된다. 같은 사모펀드로 불리지만 투자처는 물론 운용 방식, 운용역 구성도 완전히 다르다.

등록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자 PEF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첫 거래 성사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신생 PEF들은 자칫 ‘개시’도 못 해보고 간판을 내려야 할 처지에 몰릴 수 있어서다. 한 PEF 관계자는 “신생 PEF 운용사들은 기존에 없던 창의적인 방식의 거래 구조를 들고나와 업계에 자극을 주는 역할도 한다”며 “당국이 경영참여형 PEF의 긍정적인 측면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