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부품 연구개발 투자 확대…3분기 매출 77% 증가

현대모비스 강점

삼성증권 임은영 연구위원

올 상반기 현대모비스 주가는 지난해와 다르게 다소 지루한 흐름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그러나 7월 말 2분기 실적 발표로 현대·기아차의 위기관리 능력이 입증됐다. 이후 주가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모비스의 주가는 아직 연초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모비스의 실적이 현대·기아차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기술력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1999년 그룹 지배구조 재편 이후 애프터서비스(AS) 사업부에서 창출되는 현금을 바탕으로 브레이크, 조향, 램프, 에어백, 전장 등 핵심부품에 투자해 왔다. 그럼에도 기존 글로벌 부품사와 경쟁해 기술우위를 차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현대·기아차가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나 모비스는 여전히 종속된 부품사로 차별화된 성장 스토리를 찾기 어려웠다.

2021년 이후에는 동력기관이 빠르게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현대모비스가 그동안 투자해왔던 성과들이 열매를 맺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는 전동화부품 사업부에 매출 대비 10%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 AS라는 캐시카우 사업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7.2%로 4위를 기록했다. 2018년 현대차 코나EV와 기아차 니로EV 출시 이후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판매는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내년부터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플랫폼을 기반으로 매해 3~4개 차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전기차 20만 대에서 2025년 100만 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모델 수는 현재 4개에서 23개 차종으로 늘릴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매니지먼트시스템, 구동모터, 감속기, 컨트롤러, 인버터, 컨버터를 통합한 파워 트레인을 설계하고 있다. 모비스가 담당하고 있는 부품의 원가 비중은 전기차 가격의 16%에 해당한다. 배터리 셀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길어질수록 차에 장착되는 배터리 셀의 용량도 증가하면서 모비스가 납품하는 부품의 단가도 상승하게 된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전략에 힘입어 모비스의 전동화부품 매출은 코로나19와도 무관하게 고성장을 지속했다. 올 3분기에 현대모비스의 전동화부품 매출은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77%의 성장세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 수준이다. 전동화부품 사업부는 적자 상태이지만, 전기차 부품만 별도로 추정해보면 소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현대차의 전용플랫폼 기반의 전기차가 출시되면 현대모비스의 전동화부품 사업부도 흑자 달성이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발표했다. 전기차 시장의 확장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만큼, 현대모비스의 전동화부품 사업부의 수익성 흑자전환 시점도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모비스는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 전기차 부품의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부품사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를 진행 중이다. 매년 1조원 이상의 연구개발비 투자를 단행하고 관련 기술 업체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거나 기술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모비스의 기술력이 입증되면 글로벌 전기차 부품사로 도약도 단시간 내에 이뤄질 전망이다. 배터리셀 부문에서 한국의 2차전지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장악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전기차부품에서도 한국 부품사들이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충분히 열려 있다.

모비스는 현대·기아차 외에 글로벌 완성차에 전기차부품을 납품하기 위해 활발히 논의 중이다. 곧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비스의 그룹외 매출 가시성이 높아지면 모비스는 그룹에 종속된 부품사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전기차 부품사로서 다시 조명받게 될 전망이다.

esther.yim@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