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들 앞다퉈 '수제맥주 전쟁'에 뛰어든 이유는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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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세븐일레븐 음료주류팀은 근무일 5일 중 최소 하루는 ‘골맥(골뱅이+맥주)’을 즐긴다. 본사도 ‘골맥의 성지’로 불리는 을지로. 올 봄의 어느 날, 생맥주에 매콤한 골뱅이를 털어 넣던 오민국 팀장의 뇌리에 아이디어 하나가 꽂혔다. ‘골뱅이 맥주를 만들면 어떨까’. 세븐일레븐은 곧바로 골뱅이 가공캔 분야 1위인 유동, 맥주 양조 벤처기업인 더쎄를라잇브루잉과 협업에 돌입했다. 약 6개월만인 4일 세븐일레븐은 ‘유동골뱅이맥주’를 출시했다.
수제 맥주가 편의점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세븐일레븐, GS25, CU 모두에서 판매 증가율이 500% 안팎에 달할 정도다. 대형마트가 들여 온 1만원에 4캔짜리 수입맥주가 40대 이상 ‘아저씨’들에게 먹혔다면 국산 수제 맥주는 20, 30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수제 맥주의 가장 큰 특징은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5~120kl 미만(주세법 기준)으로 생산하는 중소형 양조장들이 다양한 ‘레시피(제조법)’로 만든 개성 있는 제품을 뜻한다. 세븐일레븐의 ‘골뱅이맥주’는 맥주의 원재료인 홉을 좀 더 강하게 볶아 달짝지근한 맛을 내는데 주력했다. 매콤한 골뱅이 안주와의 조합을 위해서다.
전문 펍에서나 맛볼 수 있던 수제 맥주가 최근 들어 편의점의 간판 상품으로 부상 중이다. ‘곰표 밀맥주’에 이어 ‘말표 흑맥주’를 선보인 CU의 올 1~10월 수제 맥주 판매 증가율은 전년 대비 546%에 달한다. 2018년과 지난해 판매 증가율은 각각 87.4%, 220.4%였다. 매년 두 배 이상씩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세븐일레븐에선 수제 맥주의 판매 ‘폭발’에 힘입어 국산과 수입 맥주의 판매 비중이 역전됐다. 올 1~10월 전체 맥주 판매는 6.2% 증가했는데 국산은 28.6% 성장했다. 이 중 수제 맥주 판매 증가율은 492.4%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수입 맥주 판매량은 14% 감소했다. GS25에선 전체 캔맥주 중 ‘광화문’, ‘경복궁’ 등 수제 맥주 5종 판매량의 비중이 올 10월 말 기준으로 8.8%까지 올라왔다. 2018년 2.1%에 비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제 맥주 시장은 대략 2000억원대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수제 맥주가 편의점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집콕 현상’과 무관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회식 문화가 위축되면서 집과 가까운 편의점 등에서 ‘개성있는 맥주’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편의점 세대’로 불리는 20, 30대가 편의점 수제 맥주의 최대 애호가다. CU에서 국산 맥주를 구입하는 20대 중 절반(52.4%)은 수제 맥주를 고를 정도다. 50대 이상으로 올라가면 국산 중 수제 맥주를 선택하는 비중은 1.7%로 뚝 떨어진다.
수제 맥주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특성상 편의점 PB 상품에 적합하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만 해도 대량 판매를 위한 유통 채널이다. 대형마트에 중소형 양조장과 연계한 PB 맥주가 아직 없는 이유다. 올 들어 ‘마이너스 성장(이마트 1~10월 매출 기준 -10% 가량)’으로 돌아서긴 했지만 대형마트에선 수입 맥주가 여전히 ‘효자 상품’이다. 이마트는 가전제품 전문 매장인 일렉트로마트에 주류 코너를 만들고 다양한 수입 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수제 맥주가 국산의 돌풍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주류 위탁 생산이 가능하도록 주세법이 52년만에 바뀌었는데 내년이 첫 적용되는 해다. 교촌, BBQ 등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까지 나서 수제 맥주 브랜드를 내놓겠다고 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내년 3000억원대로 수제 맥주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약 5조원을 넘는 전체 맥주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개성을 중시하는 2030 세대가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훨씬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변경된 주세법 중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주세를 술의 양이나 알코올 비중에 따라 매기도록 변경됐다는 것”이라며 “올해부터 적용되면서 수제 맥주 등 국산 맥주의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들은 수제 맥주에 대해서도 4캔에 1만원, 3캔에 9000원짜리 상품을 판매 중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수제 맥주가 편의점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세븐일레븐, GS25, CU 모두에서 판매 증가율이 500% 안팎에 달할 정도다. 대형마트가 들여 온 1만원에 4캔짜리 수입맥주가 40대 이상 ‘아저씨’들에게 먹혔다면 국산 수제 맥주는 20, 30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수제 맥주의 가장 큰 특징은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5~120kl 미만(주세법 기준)으로 생산하는 중소형 양조장들이 다양한 ‘레시피(제조법)’로 만든 개성 있는 제품을 뜻한다. 세븐일레븐의 ‘골뱅이맥주’는 맥주의 원재료인 홉을 좀 더 강하게 볶아 달짝지근한 맛을 내는데 주력했다. 매콤한 골뱅이 안주와의 조합을 위해서다.
전문 펍에서나 맛볼 수 있던 수제 맥주가 최근 들어 편의점의 간판 상품으로 부상 중이다. ‘곰표 밀맥주’에 이어 ‘말표 흑맥주’를 선보인 CU의 올 1~10월 수제 맥주 판매 증가율은 전년 대비 546%에 달한다. 2018년과 지난해 판매 증가율은 각각 87.4%, 220.4%였다. 매년 두 배 이상씩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세븐일레븐에선 수제 맥주의 판매 ‘폭발’에 힘입어 국산과 수입 맥주의 판매 비중이 역전됐다. 올 1~10월 전체 맥주 판매는 6.2% 증가했는데 국산은 28.6% 성장했다. 이 중 수제 맥주 판매 증가율은 492.4%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수입 맥주 판매량은 14% 감소했다. GS25에선 전체 캔맥주 중 ‘광화문’, ‘경복궁’ 등 수제 맥주 5종 판매량의 비중이 올 10월 말 기준으로 8.8%까지 올라왔다. 2018년 2.1%에 비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제 맥주 시장은 대략 2000억원대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수제 맥주가 편의점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집콕 현상’과 무관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회식 문화가 위축되면서 집과 가까운 편의점 등에서 ‘개성있는 맥주’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편의점 세대’로 불리는 20, 30대가 편의점 수제 맥주의 최대 애호가다. CU에서 국산 맥주를 구입하는 20대 중 절반(52.4%)은 수제 맥주를 고를 정도다. 50대 이상으로 올라가면 국산 중 수제 맥주를 선택하는 비중은 1.7%로 뚝 떨어진다.
수제 맥주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특성상 편의점 PB 상품에 적합하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만 해도 대량 판매를 위한 유통 채널이다. 대형마트에 중소형 양조장과 연계한 PB 맥주가 아직 없는 이유다. 올 들어 ‘마이너스 성장(이마트 1~10월 매출 기준 -10% 가량)’으로 돌아서긴 했지만 대형마트에선 수입 맥주가 여전히 ‘효자 상품’이다. 이마트는 가전제품 전문 매장인 일렉트로마트에 주류 코너를 만들고 다양한 수입 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수제 맥주가 국산의 돌풍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주류 위탁 생산이 가능하도록 주세법이 52년만에 바뀌었는데 내년이 첫 적용되는 해다. 교촌, BBQ 등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까지 나서 수제 맥주 브랜드를 내놓겠다고 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내년 3000억원대로 수제 맥주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약 5조원을 넘는 전체 맥주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개성을 중시하는 2030 세대가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훨씬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변경된 주세법 중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주세를 술의 양이나 알코올 비중에 따라 매기도록 변경됐다는 것”이라며 “올해부터 적용되면서 수제 맥주 등 국산 맥주의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들은 수제 맥주에 대해서도 4캔에 1만원, 3캔에 9000원짜리 상품을 판매 중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