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운명의 시간'…이스라엘·이란, 정반대 셈법 속 '좌불안석'

이스라엘 정착민들, 성지에 모여 트럼프 당선 기원 기도
미국 경제 제재받는 이란, 바이든 당선돼야 '핵 합의' 복원 가능
미국 대선일인 3일(현지 시간) 중동 국가들은 차기 미 행정부의 대중동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상하며 개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향후 4년간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란과 이스라엘은 손에 땀을 쥔 채 개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AP통신은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 뱅크)의 이스라엘 정착민 지도자들이 헤브론에 모여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과 아랍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이날 정착민 지도자들이 모인 곳은 성경에 나오는 인물인 아브라함의 묘지에서 열려 상징성을 갖는다.

트럼프의 중재로 이뤄진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아랍국가와의 관계 정상화 협정도 '아브라함 협정'으로 명명된 바 있다.
헤브론의 유대인 지도자 랍비 힐랄 호로비츠는 "우리는 트럼프의 첫 번째 임기에 감사하고 있으며, 그가 4년 더 집권하기를 바라며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동 정책에서 오랜 기간 외면당해왔던 정착민들이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공개적으로 모여 기도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A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압도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 미 정계의 금기 사안이었던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등 친(親)이스라엘 대외정책을 펴왔다.

이에 따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대(對)이란 강경책,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관대한 태도, 아랍국가와의 관계 정상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정책을 지지하는 고 있다. 이스라엘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팔레스타인 정책이 철회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경계하고 있다.

정착촌에 사는 엘리 피에프츠 미국-이스라엘 자문 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 미국과 다른 중동 정책으로 굉장한 성공을 이뤘다면서 "만약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이런 점은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 계획) 파기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기를 내심 바라는 분위기다.

이란은 경제 제재의 여파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원유를 수출할 수 없게 됐고, 자국 리알화 가치는 폭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이란 사회는 어느 때보다 어려움 속에 있다.

AP는 이란 전역이 미 대선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 차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호세인 카니 모가담 전 혁명수비대 사령관은 대통령이 누가 되든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적대적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