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마시려다 1만2900원 과소비했지만 '소확행'

요즘 '대세' 커피 배달 이용기 [리뷰+]

▽ 따뜻한 커피 식지 않고 도착…포장도 '완벽'
▽ "코로나로 매장 내 취식 불편해져 수요 더 늘어날 듯"
지난 3일 기자가 배달의민족 앱을 통해 주문한 커피와 디저트./사진=이미경 기자
"띵동~ 고객님이 주문하신 음식(커피와 디저트)이 60분 내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덮친 국내 커피 전문점 업계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커피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 봤다. 30분 만에 잘 포장된 커피를 받아들고 콧노래를 부른 것은 잠시에 지나지 않았다. 기자는 당초 계획보다 만원 가까운 비용을 더 지불했다는 생각에 속이 쓰렸고, 포장재 등 쓰레기 처리가 덤으로 따라왔다.

3200원짜리 아메리카노 마시려다 디저트 추가구매

지난 3일 기자가 배달앱을 통해 구매한 커피와 디저트 내역./사진=이미경 기자
3일 기자는 배달 앱(응용 프로그램)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이용해 국내에서 점포 수가 가장 많은 '이디야'의 커피를 배달시켰다. 앱상으로는 집에서 가까운 매장 리스트가 10여 곳 떴다. 배달료는 0~3900원으로 지점마다 다양했고, 최소주문금액 역시 5000~8000원으로 상이했다. 기자가 선택한 매장의 최소 주문금액은 7900원. 원래 마시려던 건 아메리카노 한 잔(3200원)이었지만 최소 주문금액을 맞추다 보니 샷추가(500원)에 허니 캐러멜 브레드(4600원) 디저트까지 추가로 구입하게 됐다.

기자가 주문한 이디야 매장은 배송료 체계가 구매 금액에 따라 차등 과금되는 시스템이었다. 7900~1만900원 미만은 2000원, 1만900~1만5900원은 1000원의 배달료가 부과됐다. 1만5900원 이상부터는 무료 배송이었다.

기자가 장바구니에 담은 상품의 총 금액은 8300원으로, 지불해야하는 배송비는 2000원이었다. 괜시리 비싸 보이는 배달료에 플레인 치즈 스틱케익(1800원)과 스노우쿠키슈(1800원)를 추가로 구입했다. 총 금액은 1만1900원, 배송비가 1000원으로 내려갔다. 이렇게 총 1만2900원을 지출했다.

깔끔한 포장 상태에 '소확행' 심리적 보상까지

배송을 기다리며 '리뷰'를 확인해보니 해당 매장에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 커피를 주문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후기가 넘쳐났다. 평점은 5점 만점에 4.7점으로 상당히 높았다. "빠른 배송 감사하다", "음식의 따뜻함 유지가 잘됐다", "포장도 꼼꼼하고 맛이 좋았다" 등 호평이 잇따랐다.

이 중 특히 눈에 띈 리뷰는 '빠른 배송'이었다. 기자가 커피와 디저트를 주문하자 '60분 내에 도착한다'는 메시지가 왔기 때문이다. '카페에 가서 커피를 시킨 뒤에 한시간이나 불만 없이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곧이어 '빠른 배송 감사하다'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안내와는 다르게 커피와 디저트가 30분 만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노가 담긴 컵에는 흘림 방지를 위해 비닐이 덧대어져 있었다. 비닐을 뜯어내자 김이 모락모락 났다. 허니 캐러멜 브레드는 상자에 깔끔하게 포장되어 왔고, 찍히거나 구겨진 곳 없이 포장 상태가 전혀 없었다. 허니 캐러멜 브레드와 함께 먹을 휘핑 소스는 아이스 커피를 담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배달됐다. 주문한 상품들은 투명 비닐봉지에 한데 담겨있었는데, 누군가에게 그대로 선물해도 손상이 없겠다 싶을 정도로 깔끔했다.최소주문비용에 맞춰 주문하고, 배달비까지 추가로 지출해야한다는 것이 다소 아깝게 느껴지긴 했지만, 이 정도 포장상태의 음식을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은 채 편리하게 먹을 수 있다면 지불한 비용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기를 쓴 소비자들도 이 같은 감상을 가졌을 듯 했다. 전문가들은 20~30대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얻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데 익숙하다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종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2030 세대는 비용이 들더라도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좇고자 한다. 배달 서비스는 언뜻 보면 비합리적인 소비인 것 같지만 이를 통해 본인이 원하는 가치를 얻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편리하지만…쓰레기 과대 배출에 '죄책감'

지난 3일 기자가 배달앱을 통해 주문한 커피와 디저트를 먹은 뒤 생긴 일회용품 쓰레기./사진=이미경 기자
하지만 다 먹고 난 뒤에는 쓰레기가 많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배달을 위한 포장재를 치우는 것도 일이었다. 게다가 매장에서는 직원이 치워주는 쓰레기가 고스란히 내 집 부엌에 남다 보니 '내가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배출했나'란 생각이 들었다.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불편한 마음을 느끼는 소비자는 기자뿐만이 아니다. 녹색연합이 지난 9월17일~10월6일 750명을 대상으로 배달 서비스로 인한 쓰레기에 대해 조사한 결과, 소비자 4명 중 3명은 배달쓰레기 버릴 때 마음이 불편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76%가 "배달 서비스로 발생한 쓰레기로 마음이 불편하거나 걱정이 된다"고 응답했다. 이어 배달쓰레기 처리대책에 있어 시급한 것으로 응답자의 40%가 "다회용기 사용 확대를 위한 시스템 마련"을 꼽았다. 더불어 33%는 "일회 용기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고도 답했다.

'마음의 죄책감'은 남지만 몸이 편하고 소소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작용한 듯, 커피 배달 서비스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이디야의 커피 배달 서비스 제공 점포 수는 1837곳으로 전체 매장의 약 65%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월(1170곳) 대비 약 57% 증가한 수치다. 배달 서비스를 통한 매출 역시 같은 기간 300% 늘었다. 지난 7월 102개 매장에서 커피 배달 서비스를 도입한 커피빈은 서비스 시행 한 달 만인 8월 서비스 도입 점포수가 154% 늘어 157곳에서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꾸준히 배달 서비스 제공 점포수가 꾸준히 늘어 지난 10월 기준으로는 전국 매장(290곳)의 약 58%에 달하는 역시 배달 서비스 시행 한 달 만인 8월 서비스 시행 점포수가 154% 늘었다. 이후 소폭 증가세를 보여 현재는 170여개 매장에서 배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커피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장 내 취식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당분간 커피 배달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업계 관계자는 "카페 내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음료를 마시는 것을 불편해하는 손님이 많다"며 "카페 매장 내에 머물며 커피를 마시는 것의 장점이 줄어든 만큼 앞으로도 집에서 커피를 배달해 먹는 소비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